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1평의 기적 - 100평이 부럽지 않은 장인의 정신

효준선생 2012. 7. 13. 03:12

 

 

 

 

 

1951년 전후 도쿄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한 해 전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틈에 군수산업을 위주로 숨통이 틔였다고 하지만 일반 서민들 입장에선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 즈음 도쿄의 한 노점에서 양갱과 경단을 팔기 시작했다. 비록 시에서 빌린 작은 공간에 좌판을 벌인 형식이지만 그래도 포렴까지 늘여뜨려 제법 가게 분위기를 냈고 이름하여 오자사라 지었다.


서돌 출판사에서 펴낸 1평의 기적은 양갱과 경단으로 시작한 좌판 행상이 60년이 지난 여전히 1평짜리 작은 가게를 운영해가면 느꼈던 소회를 이 가게의 여주인이자 이 책의 저자인 이나가키 아츠코의 입과 글을 통해 적어놓은 책자다. 흥미로운 것은 제목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250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귀여운 외양과 달리 한번 읽게 되면 자꾸 뒷부분이 궁금해지는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 인물의 평생에 가까운 이야기를 이렇게 짧게 봐 버린다는 게 다소 미안하긴 하지만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장사를 했길래 1평 남짓한 곳에 일년 매출이 40억원에 이를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무조건 장사를 하려면 남들 이목도 있고 하니 크게 시작하려는 게 한국 상인들의 대개의 마음이라면 이 분은, 아닌 이 분의 아버지의 장사 철학은 좀 남달랐다.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취급품목의 성격상 최고의 재료로 정성을 다해 소량 생산 방식을 취했다. 이들에겐 고객과의 신뢰는 언제나 같은 맛을 제공하는 것이며, 돈을 더 벌 수 있겠으니 많이 만들어야 겠다는 건 어울리지 않고 한번도 그리 해본적이 없다.


수 십년간 아버지는 이 집의 특산품이 된 양갱과 모나카를 만들어 냈고, 딸은 그 작은 점포앞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서 손님을 맞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들 모녀는 그게 최선의 서비스라고 믿었다. 그런 한결같은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너무 조금만 만드는 바람에 사기 어렵다는 불평도 하지만, 그렇게 했기에 여태껏 오자사의 제품을 믿고 찾아주는 것이리라.


오자사는 작은 꽃 문양에서 따온 단어다. 일본의 간식거리를 유난히 좋아하기에 이 책에 더 흥미를 갖고 읽게 되었으며,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의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평생을 걸고, 그게 자신의 天職이라고 믿었던 이나가키 아츠코씨, 이제 나이가 들어 후학들에게 물려줄 계획이라지만, 여전히는 그는 현역 베테랑이다. 그녀가 몸이 좀 불편한 친구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겪었던 과정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선 뭉클한 기분마저 들었다. 대기업도 선뜻 하기 어려운 일을 그는 우리 가게에 들어온 이상 다들 가족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오래 근속하는 직원도 많고, 이곳을 거쳐간 외국인 유학생도 잊지 않고 찾아온다고 했다.


이 책 앞부분엔 오자사의 전경이 있다. 정말 작은 규모의 일반적인 가게다. 저런 규모의 건물을 수 십년동안 유지해왔다는 것도 놀랍고 툭하면 재개발이라 해서 헐고 높은 빌딩안으로 몰아넣기에 바쁜 서울의 현실에선 두 번 놀라게 된다. 나중에 도쿄에 가게 되면 오자사의 모나카는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

 

 

 

 

 

 

 

 

 

 


1평의 기적

저자
이나가키 아츠코 지음
출판사
서돌 | 2012-01-2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1평의 가게에서 60년 동안 대박행진을 해 온 '오사자'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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