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 1: 중국 동티베트

효준선생 2012. 9. 24. 00:38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중국 기행서적이 붐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 마치 지금 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사람들은 비행기와 배에 몸을 실었다. 단체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배낭여행객들도 많았다. 마침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무렵인지라 여러 개의 커뮤니티에는 경쟁하듯 이들이 현지에서, 혹은 귀국한 뒤 정신을 가다듬고 정련해낸 뒤의 글들이 올라왔다. 무수한 클릭과 이들의 글을 보고 여행 정보를 얻어 그 뒤를 따르는 배낭여행객들 때문에 이들의 생생한 고생담을 읽어보는 건 상당히 재미난 일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렀다. 정말 거짓말처럼 중국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취를 감추었다. 온라인에 올라온 글들을 묶어 단행본으로 내주던 출판사들도 이젠 지쳤는지 더 이상 중국행 기행문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던 중 기행작가로 이름난 박민우는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를 펴냈다. 작년 가을에 나온 책이긴 하지만 아직 까지는 체온이 느껴질 정도의 시간적 거리감뿐이라 내처 읽기 시작했다.


독특한 일본인 친구 카즈마와 함께한 중국 여행길에서 사실 중국이 목적지가 아닌 이유로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 경원시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경유지로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 그러다가 다른 백패커들의 열광을 하는 서남부 몇몇 곳만 돌아보려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이런 현상은 여행기가 집중적으로 올라오던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비 한족문화권에서의 여행에 집착하던 그들, 예를 들어 계림의 양삭, 운남의 대리, 여강, 샹그리라, 그리고 티벳과 신장. 대부분 서양 배낭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곳들이었다. 아마도 최고의 여행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열심히 그들의 발자취만 따라갔을 뿐 한국인의 시각으로 된 여행기는 찾기 어려워졌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책은 산동성 청도로 들어가 중원땅을 관통하고 역시 계림의 양삭과 사천과 운남일대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여행지에서 현지인과의 에피소드, 소동, 그리고 일본인 친구와의 헤어짐을 다루고 있다. 다른 책과 다른 점은 우스개 소리도 적지 않아서 현학적인 자세로 일관하기 마련인 기행문에서 코믹한 소설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아시아를 돌아보는 세 권 중 첫 번째 이야기다. 그가 목표로 하는 서아시아까지의 일정을 다 읽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그가 뿜어내는 웃음이 있는(비록 여정은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여행기록을 일독하고 싶다.


물론 중국과 관련이 없지 않은 나로서도 그가 부럽다. 하루가 멀다하고 예전 모습을 벗어버리는 중인 그곳의 이야기가 더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조만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 1: 중국 동티베트

저자
박민우 지음
출판사
플럼북스 | 2011-10-30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지구를 웃게 만드는 여행자 박민우의 아시아 여행!늙지 않는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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