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무르 - 노인이 노인을 챙겨야 하는 시대에 바침

효준선생 2012. 12. 14. 00:08

 

 

 

 

 

  한 줄 소감 : 좁은 아파트 안, 두 명의 노 부부가 펼쳐는 사랑과 죽음의 갈림길

 

 

 

 

 

부부의 연이 닿아 50년을 함께 살면 주위에선 금혼식이라며 금슬이 어찌 그리 좋은지 궁금해한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부부 어느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많아 실제 금혼식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요즘이다. 여기 80대 노부부가 있다. 자식은 따로 나가 살고 크지 않은 아파트에서 두 부부만 살고 있다. 간혹 공연도 보러 다니는 등, 말년의 삶은 비루하지 않다. 그런데, 이들을 위협하는 한 가지, 바로 예기치 못한 병이다.


영화 아무르는 올해 칸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80년대 노부부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사랑과 죽음에 맞선 인간의 깊은 성찰을 큰 사건 사고 없이도 끌고 나갔다 하여 많은 호평을 받아낸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운명이지만 늘 함께 해왔기에,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들은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한 사람이 자기 옆에 없어진다는 사실은 공포다. 이 영화는 치매증세가 있는 안 사람이 병석에 눕고 그 곁을 지키는 바깥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시작점은 다소 놀랍다. 식사를 하면서 마치 의식을 잃은 것처럼 멍해지는 상황.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그 병이 단순한 처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상황이라면 가족의 행복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야한다. 간혹 즐거운 일이 생긴다고 해도 마음껏 웃을 수도 없고 텔레비전에서 코미디를 봐도 자꾸 신경이 쓰여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상황을 그 누구에게도 상의할 수 없는 혼자만의 선택이 요구된다면, 선택은 용이하지 않다.


할머니의 증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병원엔 한사코 안가겠다는 말에 집안에서 간병해야 하는 할아버지, 간혹 간병인이 와서 들여다보지만 그들은 건성이다. 이 영화는 유독 등장인물이 희소하다. 할머니의 제자인 피아니스트, 간병인, 이웃, 그리고 지나치리만큼 제 3자의 시선을 보이는 딸. 이들은 이 영화에서 양념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아내를 보낼 준비를 하는 것은 오롯이 남편인 할아버지만의 선택임을 대비시켜 말해준다. 심지어 두 차례 집안으로 날아들어온 비둘기에게 마저 이 영화는 따뜻한 시선을 주지 않는다.  노인들의 죽음에 대처하는 부분을 그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한다는 건 무책임하다. 그런데 사회의 시선이 개입하는 건, 이미 시신으로 발견된 할머니를 처리하는 경찰의 등장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혼자 남겨진 사람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뒤로 돌고, 그저 간병과정에서의 착잡한 심경을 보이는 할아버지의 눈만 조명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이런 이유로 먼저 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로 보인다. 또 하나의 관심은 두 중에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뜬 경우 남은 사람의 죽음은 누가 책임을 져줄까 하는 것이다. 영화에선 이 부분을 할아버지의 사실사의 실종으로 봉합해두었다. 엔딩에서 딸이 텅빈 집에 와서 한참을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모종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고독사가 적지않은 요즘 세상에 사랑으로 살아왔던 그 긴 시간 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을 간병하며 겪어야 하는 심적 갈등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냈기에 이 영화가 호평을 받은 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나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그 이후 이들은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하는 이야기는 들어왔지만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에 대해선 들어본 바 없다. 영화 아무르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명의 베테랑 연기자가 마치 자신의 현실인양 풀어내는 연기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아무르 (2012)

Love 
7.5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장 루이 트렝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윌리엄 쉬멜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127 분 | 2012-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