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어느날, 사랑이 걸어왔다 - 상처입은 두 남녀, 힐링이 필요해

효준선생 2012. 12. 12. 07:30

 

 

 

 

 

 

  한 줄 소감 : 이 가을이 가기전 상처는 꼭 아물거라 믿는 실연의 당신에게

  

 

 

 

 

한 남자의 반쪽이 사라졌다. 마치 제 몸뚱아리 일부분이 만화에서처럼 스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한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걸 보니 사라져 버린 부분에 머리와 심장이 들어있던 것 같았다. 얼마전 아내가 죽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머물던 호텔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다시 살아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사람들은 그를 뮤지션이라고 피아노를 치며 노래 한자락 뽑으면 근사하다고 해주었지만 이젠 그럴 마음도 기력도 없다. 오늘도 호텔 안 침대위에 앉아 멍하니 텔레비전만 응시할 뿐이다. 그 안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웃고 있지만 웃지 않았다. 아니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였다. 한 여자가 자신의 방 안으로 뛰어 들어온 것은.


영화 어느날, 사랑이 걸어왔다는 사랑과 자아를 잃은 남녀의 시련 극복기다. 포스터만 보면 가을에 어울리는 캬라멜 같은 달달한 러브스토리 같지만 줄거리 대부분에선 씁쓸한 어긋난 행보만 보여준다. 결말에 가서야 비로솟 단 맛을 보여주지만 설탕 맛은 아니라 생 고구마의 비릿한 맛이 가미된 그런 단 맛이라고 하면 옳겠다. 그렇게 밖에 느낄 수 없는 건, 이들은 사랑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별로 안되어 있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나이많은 호텔 매니저가 이 둘을 위한 오작교를 마련해주지만 다가설 듯 말 듯 애를 태우며 서로의 영역 밖에서 맴을 돌며 하염없이 시간만 보낸다.


가수가 노래할 마음이 없다는 건, 좀 쉬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다. 그런데 이 남자, 무대에 올라 나레이션도 아니고 스캣송도 아니고 랩도 아닌 독특한 음률을 보여준다. 새로운 스타일의 뮤직에 좌중은 압도당하지만 그렇다고 남자에게 잃어버린 사랑이 되돌아 오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깊은 우울 속으로 빠져든다. 남자의 아내가 왜 죽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어느날 길을 잃은 사슴이 나뭇꾼에게 자신을 좀 숨겨달라고 애원을 하듯 뛰어 들자 지게뒤에 숨겨주었듯, 이 여자는 자기가 알아서 화장실로 숨어든다. 그리고 태연작약하게 욕조안에서 목욕까지 한다. 대체 이 여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여자의 정체도 자신의 입을 통해 말하고 남자와 여자에게 남은 건 알콩달콩한 사랑이다. 아주 오랫동안 서로에게 새로운 인연의 끈이 되었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둘의 만남이 이어지면 흘러나오는 여러 개의 배경음악이 귀를 간질이며, 종국에 이르러 듀엣으로 부르는 <Suddenly, you walked in>등에서 상승작용을 한다. 뮤직 드라마가 주는 장점이 가장 잘 부각되는 장면이다.


마치 메멘토 증후군을 앓고 있는 듯 온 벽면에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여자에게 이 남자는 최선일까? 재즈바에서 간들어지는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는 남자에게 이 여자는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와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의 사랑은 시작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쩐지 좀 위태로워 보인다. 사랑의 속성이 다 그러하듯.

 

 

 

 

 

 

 

 

 


어느 날, 사랑이 걸어왔다 (2012)

Lullaby for Pi 
8.1
감독
브누아 필리퐁
출연
루퍼트 프렌드, 클레멘스 포시, 포레스트 휘태커, 맷 워드, 사라 웨인 칼리즈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캐나다, 프랑스 | 102 분 |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