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 외로운 사람끼리 뭉칩시다

효준선생 2012. 12. 14. 07:30

 

 

 

 

 

  한 줄 소감 : 혼자 살면 고양이 한 마리 키워도 좋을 듯

 

 

 

 

 

혼자서 기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고독은 친구처럼 따라붙는다. 고독마저 감미롭다고 떠들던 어느 초코렛 광고가 생각난다.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 부재, 혹은 두절에서 기인한다. 최근 젊은 작가들은 자신이 겪는 이런 고독에 대해 글 주제로 삼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데, 그만큼 친숙하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역시 현대인의 외로움에 대한 현상과 치유에 대해 비교적 유쾌하고 반복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른바 힐링 무비계열의 영화다. 단정적으로 이 영화의 장르를 말할 수 있는 건 연출을 맡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이름때문이다. 카모메 식당, 안경, 토일렛의 연작을 통해 상처받기를 밥먹듯 하는 현대인의 구멍난 가슴에 충전제를 넣어줄만한 영화를 찍어온 그녀였기에 이번 영화도 그런 범주에 넣어보고 싶었다.


전작들에서 보여주는 다소 이국적 풍광, 혹은 등장인물과는 달리 이번 영화는 그녀의 페르소나들도 나오지 않았고, 이야기 구조도 옴니버스 스타일로 가져갔다. 주제말고 형식은 좀 다른 방식인지라 기대했던 감독의 취향은 100% 반영되지는 않았다. 대신 주연을 맡은 이치카와 미카코가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진행은 한결 밝은 톤을 유지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영화 속 대사에서 그녀는 169cm에 마른 체형이고 늘 올해는 결혼하겠다는 각오를 담벼락에 붙여놓고 사는 전형적인 모태솔로의 모습을 띤다.


사요코라는 여자는 일본의 단층 건물에서 혼자 살고 있다. 마당이 딸린 그 집 자체가 다 큰 처녀 혼자 살기엔 부적합해 보이지만 남는 공간엔 수많은 고양이가 차지하고 있어 을씨년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주식투자를 하는 게 본업이라고 하지만 그마저도 잘하는 것 같지 않고 동네 뚝방을 돌아다니며 고양이를 렌트해주는 일이 그나마 가장 적성에 맞는 것처럼 보였다.


이 영화는 사요코를 중심으로 모두 4명의 등장인물이 있다. 남편과 사별후 고양이를 키워오던 할머니, 혼자 파견근무를 나온 기러기 아빠, 렌트카 여직원, 그리고 중학교 동창생등. 이들의 공통점은 사요코처럼 모두 지금 외로워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외로움을 달래줄 말벗으로 사람이 아닌 고양이를 찾고, 혹은 사요코를 찾기도 한다. 반대로 사요코는 고양이가 아닌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찾지만, 그녀가 사는 동네엔 이상한 할머니(?) 말고는 눈에 띠는 남자도 없어 보인다.


사요코는 고양이를 빌려주고는 겨우 1천엔을 받는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이 고양이를 다시 돌려 받거나 안니면 아예 팔기도 한다. 일본 사람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는 민족도 없는데, 고양이가 주는 이미지에 혹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감독의 전작에서도 빠지지 않고 나온 맛있는 음식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할머니가 손수 만든 오렌지 푸딩과 사요코가 마당에 설치하고 먹는 국수, 여름철 시원한 맥주까지, 보면 먹고 싶어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외로우면 마음에 구멍이 난다고 표현한다. 누구는 푸딩 한가운데가, 누구는 양말에 구멍이 났다. 하지만 마음의 구멍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메꿔야 하지 않겠는가. 사요코가 뚝방길을 따라 걸으며 외치던 “렌따, 네꼬(빌려드려요, 고양이)”라는 추임새가 아직도 귀에 남는다. 엔딩 크리딧에선 귀여운 고양이 캐리캐처가 나오므로 챙겨보기로 한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2012)

Rent-A-Cat 
10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이치카와 미카코, 쿠사무라 레이코, 미츠이시 켄, 타나카 케이, 야마다 마호
정보
드라마, 코미디 | 일본 | 110 분 |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