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 - 루저, 리더로 거듭나는 과정 그 첫 번째 이야기

효준선생 2012. 12. 11. 07:30

 

 

 

 

 

 

   한 줄 소감 : 상상력을 뒷받침 해주는 강력한 기술구현, 169분동안 그저 넋놓고 바라보다

 

 

 

 

 

그냥 호빗이라고 통칭되는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의 상영이 코앞에 왔다. 잘 알다시피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의 스핀오프 격인 영화로 예전 영화에서 조연이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시켜 새로운 각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난쟁이 마을을 공포의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에레보르 왕국의 소린, 그는 13인의 난쟁이와 마법사 간달프의 도움을 받아 다시 고토를 수복하려는 원정길에 호빗족 빌보 배긴스를 대동한다. 이번 이야기는 바로 이들이 원정길에 나서게 된 이유와 이들이 스마우그를 찾아내는 직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 영화는 앞으로도 두 편이 더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며 이번 시리즈의 오프닝은 3편의 맨 마지막과 연결되어있다. 즉, 이 영화는 회고를 통해 누군가에게 들려지는 이야기다. 즉, “지나간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엔 왜 호빗족이 소린과 난쟁이의 간택을 받았을까 궁금했다. 난쟁이들 만큼이나 외모도 볼품없고, 발은 넓적하고 귀만 뾰죽한, 거기에 난쟁이들로부터 얻은 별명이 무려 “좀도둑”이라니, 거사를 위해 출발하려는 旅團의 멤버치고는 영 아닌 듯 한데, 그대로 앞으로 꾸역꾸역 나가는 걸 보면 이 영화는 호빗족 빌보로 대변할 수 있는 오늘날의 소위 “루저”들에게 보내는 격려사와 같은 의미로 보인다.


모험을 하려는,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예전만큼 많지 않다는 기성세대의 지적은 그래서 “사고의 조로화”를 가진 그들에게 이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빌보는 간달프의 제안과 회유에 못이겨 같은 길을 가지만 손수건 운운하며 다시 집에 가야겠다고 하는 장면이나, 말털 알러지가 있다며 툴툴거리는 장면은 그가 애시당초 위대한 보스 기질이 없었음을 말해준다. 당연히 그때까지만 해도 잃어버린 땅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가득찬 소린에겐 그저 짐만 되는 애로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하나 둘 극복하면서 빌보에겐 자신도 모르는 힘이 생긴다. 그건 손쉽게 약물을 복용해 헐크가 되거나 거미에게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 액션 히어로와는 다른 개념이었다. 13인의 난쟁이들과 교감을 나누고 그들의 지혜를 받아들이며 극복해낸 일종의 학습효과인 셈이다.


특히 트롤이라는 거대한 크리처와 만나면서 겪는 위기 상황에서 그는 지혜로 모든 이들의 인정을 받게 되는 계기를 마련(文力)하고, 우연히 얻게 되는 칼을 통해 자신만의 무기를 하나 장착하기도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칼은 잡아 본 적도 없다는 그에게 武力이 생긴 셈이다. 그리고 오크족, 골룸과의 만남에서 그는 드디어 그도 누군가를 위해 헌신할 수도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된 것이다. 절대반지는 그 정점에 있다.


호빗, 난쟁이, 마법사, 오크족, 요정, 고블린, 골룸등이 머무는 공간에 대한 미술이 교체되는 과정이 이채롭다. 중간계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공간이 드러나는 순간은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가장 자연친화적인 경관이 나타나며,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비경이다. 천혜의 비경을 어렵사리 통과해야 다음 과정에 도착할 수 있다는 설정, 한바탕 소란에 가까운 전투장면을 보낸 뒤끝에 펼쳐지는 이런 풍광은 그야말로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번 영화는 특히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영화사상 극점에 도달했다고 봐야할 정도라는 느낌이다. 시작과 동시에 매끈해서 스크린에 기름이라도 바른 듯한 영상미와 전투씬등 격렬한 움직임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잔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충격적이었다. 특히 스톤 자이언츠의 결투신, 고블린 산채에서의 엄청난 추격신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HFR(하이 프레임 레이트)촬영은 앞으로 블록버스터 영화의 최선이 될 듯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옛날 만주 벌판의 거센 바람을 헤치며 독립운동을 하던 독립군의 모습이 떠올랐다. 잃어버린 제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마저도 아까워하지 않던 그들, 비록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친일의 망령이 다시 이 나라에 엄습하는 지금 호빗만큼은 아니더라도 지조와 기개있는 자, 어디없는 걸까? 혹시 그들이 절대반지를 가지고 행세하는 건 아니겠지?

 

 

 

 

 

 

 

 

 

 


호빗 : 뜻밖의 여정 (2012)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9.8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마틴 프리먼, 이안 맥켈런, 베네딕 컴버배치, 일라이저 우드, 휴고 위빙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9 분 |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