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리멤버 - 여자도 첫사랑에 이토록 집착할 수 있다니

효준선생 2012. 12. 10. 08:00

 

 

 

 

 

  한 줄 소감 : 첫사랑 찾기 열풍, 이번에 폴란드로 간다

 

 

 

 

영화 리멤버의 독일어 제목은 “잃어버린 시간(Die Verlorene Zeit)”이다. 영화는 1944년과 1976년을 오고가며 현재와 과거를 교차한다. 장소 역시 폴란드와 미국의 뉴욕이다. 1944년 폴란드 국민들은 역사상 최악의 고초를 겪는 한 해다. 독일군과 소련군의 진군으로 인해 사유재산은 이들에게 차례로 강탈당했으며 그 두 나라 사이에 끼어 있다는 지정학적 이유로 젊은 남자들을 수용소나 군대로 징용을 가야했고 여자들은 전장에서 죽은 남편과 오빠들을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해야 했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역시 폴란드의 중산층 가정에서 잘 살던 젊은이고 여자 주인공은 독일에서 살던 유태인이라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폴란드에 있는 독일군의 수용소는 악명높기로 소문이 났다. 수 백명이 탈주하지만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을 정도로 악랄했다. 토마슈와 한나는 그곳에서 눈이 맞아 탈출을 기도하는데, 영화 시작부분부터 마치 아슬아슬한 탈출극을 보는 것 같아 손에 땀이 쥐어졌다. 하지만 지옥같은 그 곳을 나왔다고 그들에게 광명의 빛이 내려진 것도 아니었다. 온통 독일군으로 점령당한 폴란드에서 그들이 마음놓고 거처할 곳은 고향집 말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믿었던 엄마는 토마슈가 데리고 온 유태인 처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영화 말미, 포인트를 쥐고 흔든다.


이 영화는 일본 식민통치의 경험을 겪었던 우리들에겐 상당히 익숙한 소재다. 징용에 끌려간 조선의 학도병이 탈출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등에서 당하고 살 수 밖에 없는 피지배 국민으로서의 설움은 이 영화와 상당 부분 오버랩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그 당시 한 남녀의 탈주극에서만 그치지 않고 76년을 사는 도시인, 이미 가정을 꾸린 여자와 고향에서 교편을 잡고 사는 남자가 재회할 수 있을까 하는 재미도 곁들어 놓았다. 왜 아니겠는가 30년을 넘게 살아온 아내에게 생명의 은인이 있고 아내가 그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의 남편의 심정 역시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기에 그렇다.


이렇게 전쟁은 사람들의 연분마저 끊어 놓고 찾기 힘든 그리움으로 살게 만든다. 세월이 수 십년이 흘러 다 늙어버린 외모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차라리 만나지 말고 추억으로만 간직하라고 권할 수도 있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들의 행적을 플래쉬백으로 감상한 뒤끝인지라 어떻게해서든 다시 만나는 장면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있던 사람을 우연한 기회에 볼 수 있었기에 시작된 첫사랑 찾기. 겨우 열흘간 함께 지냈던 시간이지만 제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해도 그 기억을 지울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이 영화의 재미 중의 하나가 엄마의 역할인데, 막판에 좀 얄밉게도 보였다. 고부간의 갈등이 서구에도 있는 모양이다. 폴란드어와 독일어가 한국어와 일본어만큼이나 차이가 크고, 영어까지 섞여 들리기에 귀가 간질거리는 경험을 하게 될 듯하다. 낯선 배우들이지만 다들 매력적인 연기를 펼친다.

 

 

 

 

 

 

 

 


리멤버 (2012)

Rememb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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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안나 저스티스
출연
앨리스 드바이어, 마테우시 다미에키, 다그마 만첼, 샹텔 반산텐, 데이비드 라스체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전쟁 | 독일 | 105 분 |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