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첫사랑 찾기 열풍, 이번에 폴란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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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멤버의 독일어 제목은 “잃어버린 시간(Die Verlorene Zeit)”이다. 영화는 1944년과 1976년을 오고가며 현재와 과거를 교차한다. 장소 역시 폴란드와 미국의 뉴욕이다. 1944년 폴란드 국민들은 역사상 최악의 고초를 겪는 한 해다. 독일군과 소련군의 진군으로 인해 사유재산은 이들에게 차례로 강탈당했으며 그 두 나라 사이에 끼어 있다는 지정학적 이유로 젊은 남자들을 수용소나 군대로 징용을 가야했고 여자들은 전장에서 죽은 남편과 오빠들을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해야 했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역시 폴란드의 중산층 가정에서 잘 살던 젊은이고 여자 주인공은 독일에서 살던 유태인이라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폴란드에 있는 독일군의 수용소는 악명높기로 소문이 났다. 수 백명이 탈주하지만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을 정도로 악랄했다. 토마슈와 한나는 그곳에서 눈이 맞아 탈출을 기도하는데, 영화 시작부분부터 마치 아슬아슬한 탈출극을 보는 것 같아 손에 땀이 쥐어졌다. 하지만 지옥같은 그 곳을 나왔다고 그들에게 광명의 빛이 내려진 것도 아니었다. 온통 독일군으로 점령당한 폴란드에서 그들이 마음놓고 거처할 곳은 고향집 말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믿었던 엄마는 토마슈가 데리고 온 유태인 처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영화 말미, 포인트를 쥐고 흔든다.
이 영화는 일본 식민통치의 경험을 겪었던 우리들에겐 상당히 익숙한 소재다. 징용에 끌려간 조선의 학도병이 탈출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등에서 당하고 살 수 밖에 없는 피지배 국민으로서의 설움은 이 영화와 상당 부분 오버랩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그 당시 한 남녀의 탈주극에서만 그치지 않고 76년을 사는 도시인, 이미 가정을 꾸린 여자와 고향에서 교편을 잡고 사는 남자가 재회할 수 있을까 하는 재미도 곁들어 놓았다. 왜 아니겠는가 30년을 넘게 살아온 아내에게 생명의 은인이 있고 아내가 그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의 남편의 심정 역시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기에 그렇다.
이렇게 전쟁은 사람들의 연분마저 끊어 놓고 찾기 힘든 그리움으로 살게 만든다. 세월이 수 십년이 흘러 다 늙어버린 외모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차라리 만나지 말고 추억으로만 간직하라고 권할 수도 있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들의 행적을 플래쉬백으로 감상한 뒤끝인지라 어떻게해서든 다시 만나는 장면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있던 사람을 우연한 기회에 볼 수 있었기에 시작된 첫사랑 찾기. 겨우 열흘간 함께 지냈던 시간이지만 제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해도 그 기억을 지울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이 영화의 재미 중의 하나가 엄마의 역할인데, 막판에 좀 얄밉게도 보였다. 고부간의 갈등이 서구에도 있는 모양이다. 폴란드어와 독일어가 한국어와 일본어만큼이나 차이가 크고, 영어까지 섞여 들리기에 귀가 간질거리는 경험을 하게 될 듯하다. 낯선 배우들이지만 다들 매력적인 연기를 펼친다.
리멤버 (2012)
Rememb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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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안나 저스티스
- 출연
- 앨리스 드바이어, 마테우시 다미에키, 다그마 만첼, 샹텔 반산텐, 데이비드 라스체
- 정보
- 드라마, 로맨스/멜로, 전쟁 | 독일 | 105 분 | 20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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