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영화판 - 조심스레 속살을 내보이다

효준선생 2012. 12. 9. 00:19

 

 

 

 

 

   한 줄 소감 : 언중유골이라고, 뭔가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 그게 뭘까?

 

 

 

 

영화계를 아우르는 이야기 한마당이 80여분 동안 펼쳐졌다. 한 사람이 장광설로 주장하는 게 아니라 무려 100여명에 가까운 영화 관계자들의 짤막한 인터뷰를 이어 붙여 자신들이 발붙이고 있는 그 바닥의 생리에 대해 과감하게, 혹은 두루뭉술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영화 영화판의 이야기다.


정지영 감독에게 2012년은 확실하게 인상적인 한 해가 될 것 같다. 연초에 부러진 화살이 350만 명의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면 연말엔 남영동 1985로 의미있는 주목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어느새 사회파 영화 연출가가 된 그는 그 역시 걸어온 한국 영화계의 역사 한 페이지를 정리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영화의 연출은 정 감독이 아닌 허철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여배우 윤진서를 대동하고 수많은 영화인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챕터 별로 이야기를 끌어 낸다. 정감독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여배우와 여성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것, 한국 영화의 초창기때 이야기, 그리고 영화 검열과 배급의 문제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테마들인데, 지루하지 않게 담아내기 위한 시도고, 추후에 좀더 디테일한 이야기를 들어줄 요량으로 보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더 이상 영화가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말랑거리는 문예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베테랑 감독의 죽음 앞에서 연배 감독들이 느낄 수 밖에 없는 생존의 절박감, 촉망 받는 감독들이라고 추앙받는 젊은 감독 간의 미묘한 신경전, 그리고 자신들은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산다고 믿지만 예전엔 정치의 입김에서, 지금은 자본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한숨을 쉰다.


재미있는 건, 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감독들, 배우들, 영화 평론가들, 영화 제작자와 현장 스탭까지 대개는 비슷한 사고를 가진 것 같아 이채로웠다.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에 목줄을 감는 다면, 그들은 확실하게 저항할 것 같다는. 그건 단지 먹고 사는 문제는 아닌 듯 했다. 


간간히 웃음도 있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있다. 아주 오래전 영화를 짧은 시간이나마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엔딩에 등장하는 영화인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도 일종의 보너스다.

 

 

 

 

 

 

 

 

 

 


영화판 (2012)

Ari Ari the Korean Cinema 
9.3
감독
허철
출연
윤진서, 정지영, 안성기, 김혜수, 문소리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3 분 | 201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