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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첫 번째 리뷰) - 벵골 호랑이, 소년의 멘토가 되다

효준선생 2012. 12. 7. 08:00

 

 

 

 

 

  한 줄 소감 : 소년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데도 이렇게 짠할 수 있구나

 

 

 

 

 

 

이안 감독이 들고 온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한 소년의 홀로서기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덕목들, 그 중에서도 소통을 집중적으로 천착한 영화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어린 시절 로빈슨 표류기를 읽으며 공감했던 부분인 사람은 언젠가 부모 곁을 떠나 자립을 해야 하며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온실에 쳐진 비닐막을 걷어내야 하고, 외부로 부터의 자극에 스스로 강해져야 하겠구나 했던 그 마음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파이는 감독의 모국이나 현재 살고 있는 국가와는 아무 연관도 없는 인도인이다. 이안 감독에게 인도가 주는 환상은 어떤 건지 영화 초반 은연중에 드러난다. 신에 대한 의존이 강하고, 유독 가족애를 중시하며, 인구 수로는 두 번째이며, 하지만 아직도 인종과 종교, 그리고 경제력에 있어 차별을 받는 사람이 많은 나라. 더불어 영화산업이 그 어떤 나라도 무시할 수 없이 발전한 나라. 이안 감독의 시선들이 여기에 꽂힌 듯한 인상을 준다.


콜롬부스가 인도를 발견하기 위해 배를 탔던 것처럼 파이의 가족도 새로운 미래, 그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현실의 그곳으로부터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배를 탄다는 설정부터 그렇다. 거기에 거의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들까지 동승시킨다는 건, 영화적 재미 외에 노리는 것들이 있다. 각각의 동물들은 그들의 가족과 친구에 버금간다. 나중에 배가 침몰하고 하이에나, 오랑우탄, 얼룩말, 호랑이 그리고 파이만 그 작은 배에 살아 남게 된다는 설정은 그냥 지나쳐 가기 어려운 것들이다. 배안에서 만났던, 인종차별주의자인 주방장과 불교신자면서도 고기를 먹는다는 중국 청년, 그리고 부모님과 형.

 

 

 

 

 

 

이 영화는 신에 대해 생명 연장을 갈구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것은 처절한 목숨부지가 아닌, 신의 내려준 시련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이젠 다 자란 듯한 청년의 도전의지로 읽혔다. 그는 애초부터 종교나 신의 존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종교는 모두를 받아들일 때 내 안에서 자유롭게 태동하는 것이기때문이다고 했다. 대신 그는 채식주의자임을 여러 번 내세웠다. 회고를 하면서 작가에게 만들어준 음식도, 인도에서 출발하는 배에서 주방장과 한바탕 한 이유도 채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채식은 자신의 영역에 대한 이른바 고집으로 통했다. 하지만 배고픔은 그를 그의 고집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식욕은 본능임을 말하고 있다.


이 영화의 재미는 가족과 함께 탄 수송선이 난파하면서 일엽편주에 간신히 매달려 목숨을 부지하고, 그 좁은 공간에서 호랑이와 동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였다. 호랑이는 그냥 동물이 아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육식동물이다. 퇴로는 없는 공간에서 자신을 잡아먹을 수도 있는 맹수와의 불편한 동거, 그는 조련에서 시작해 나중엔 그를 말동무로 여긴다. 위기상황은 여러 번 그를 괴롭혔다. 물론 영화적 조작이 개입하는 장면이 목격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 터닝포인트에서 난관을 돌파한 뒤에 그는 한걸음 더 호랑이에 다가 설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모 아래에서는 응석받이일수 밖에 없던 환경, 그는 혼자 남았고 모든 일은 혼자 처리해야 했다. 호랑이로 대표되는 세상의 세파를 겪으며 그가 깨닫는 건 결국 인간에게 자립은 그냥 주어진다는 게 아님을 배운 것이다. 파이는 원래의 자신의 이름이었던 피싱의 앞 글자를 따서 스스로가 붙인 이름이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오줌싸개라는 놀림을 받기 싫어 주동적으로 행한 최초의 행위가 이름을 바꾼 것이라면, 험난한 일을 이겨내며 하늘(신)과 채식(욕망에 대한 불가촉한 터부)를 깬 것은 이번 영화의 핵심 주제라 보인다.


영화 말미 파이는 플래시백을 통해 전혀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건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물이다. 둘 다 어떤 일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다. 어차피 이 영화는 있었던 사실에 기초한다는 문구는 없다. 오로지 한 소년의 성장기록을 담은, 감독 이안이 연출한 기막히게 멋진 영상과 효과를 감상할 수 있는 스펙터클 블록버스터의 하나로 감상하면 될 것 같다. (두 번째 리뷰에서 계속)

 

 

 

 

 


라이프 오브 파이 (2013)

Life of Pi 
9.2
감독
이안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아딜 후세인, 타부
정보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 126 분 | 201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