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네모난원 - 모순, 그 극단을 오고가다

효준선생 2012. 12. 6. 00:58

 

 

 

 

 

 

  한 줄 소감 : 한때는 화롯불처럼 뜨겁게 타올랐던 때가 있었다

 

 

 

 

영화 네모난 원을 보고 난 뒤의 느낌은 보기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 영화는 1983년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학 이념서클방, 신입생이 찾아오고 그들은 세상은 자기들 손으로 바꾸겠다는 신념으로 연일 시위에 앞장선다. 영화는 그들의 시위 장면을 간추려 두어 번 보여준다. 당시 대학을 다녀본 지금의 중년들은 기억을 한 장면들이 여럿 나온다. 운동권 학생들간의 이념논쟁, 화염병, 매캐한 최루탄 가스, 백골단을 피해 도망다니거나 잡혀가는 모습들. 물론 그 반대편에 있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학우들은 시위현장에 나가는 동안 공부에 매진하거나 밖에선 세상이 뒤집어 진 듯 소란한데도 음악다방에 앉아 신청곡을 주문하던 그들.


83년 무렵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군부의 서슬퍼린 감시와 압박은 소위 프락치라는 학내에 잠입한 사복경찰로 대표되었다. 영화에서도 이들로 인해 주인공이 잡혀가고 강제로 입대를 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보여졌다. 영화가 다소 애매해지기 시작한 부분은 대학을 졸업하고 마땅히 할 일도 없어 보이는 부부와 함께 실제로 북한으로 잠입하는 과정부터다. 제 아무리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김일성 주석 만세,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 제창이 튀어나오는 등 종래 보기 드문 장면들 때문에 아연해졌다. 하지만 이런 장면 대부분은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허세적 장치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영정사진과 그를 조문하는 친구들의 회포자리에서 옛날 일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나레이션된다. 죽은 자와 함께 운동을 하던 친구들인데 그들이 기억하는 방식은 거칠면서도 구체적이었다. 어디까지가 맞는 말이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쥐고 있는 친구의 등장 직전까지는 그저 보여지는 영상에 눈을 맞춰야 했다. 소위 남파간첩으로서의 암약 장면, 그리고 자연인으로서의 갈등이 군데군데 드러나지만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현실에 타협하는 모습으로 덧칠된 듯 싶었다.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보면 논쟁거리가 적지 않다. 얼마전 젊은 여자 연예인의 “종북” 운운하면서 나름 “개념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듣기도 거북한 “북한 따라쟁이”가 되게 만들어 버리는 소위 “딱지 붙이기”에 그녀도 가담한 것 같아 많은 네티즌들이 흥분했던 걸로 기억을 한다. 흥미로운 건 바로 그 주인공이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될 뻔 했다고 하던데, 그랬다면 이 영화의 정치적 지향이 좀 더 명확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막 운동권에 발을 담근 주인공 경민이 다방에 앉아 읽고 있는 책이 하필 김지하의 오적인건지, 의도는 차마 아닐테지만, 오비이락이 아닐 수 없다.     


민감한 시절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표를 단지 겨우 60여 년 된 나라에서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시대의 아픔을 재차 복기하려는 움직임은 그래서 안쓰럽기만 하다. 아무리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요, 냄비근성의 국민성이라지만. 

 

 

 

 

 

 

 

 


네모난원 (2012)

9
감독
김성훈
출연
김정학, 정욱, 안미나, 이한위, 최학락
정보
드라마 | 한국 | 100 분 | 201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