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페어리 - 부부는 살면서 닮아간다고 하죠

효준선생 2012. 12. 6. 08:00

 

 

 

 

 

  한 줄 소감 : 자기와 닮은 반쪽과 이렇게 살아도 행복할 듯 싶다

 

 

 

영화가 시작하고 받는 첫 느낌을 해당영화의 틀이라고 한다면, 프랑스 영화 감독 부르노 노미의 룸바를 못 본 관객이라면 신작 페어리는 그 틀이 낯설다라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2009년에 본 영화 룸바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비쩍 마르다 못해 건들면 부러질 것 같은 남자와 여자가 기승전결이 아닌 자잘한 에피소드를 연기하거나 혹은 해변에서 춤을 추거나 자동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등의 연기 그 이상의 형이상학적 퍼포먼스를 해냈던 걸로 기억한다. 그것도 당시로서는 장편 영화의 기준을 살짝 넘긴 러닝타임에, 갑작스런 엔딩크리딧에 영화를 중간에 보다말다 일어선 기분을 느끼며 극장문을 나섰다. 그들은 바로 도미니크 아벨과 피오나 고든이다.


이들은 실제로도 부부인데, 부부는 닮아간다는 말처럼, 이들의 액션을 보면 간혹 일심동체를 넘어서 한 사람이 둘로 나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번 영화 페어리에서도 옥상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처음엔 각자 추고 싶은 대로 율동을 하다 끝끝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처럼 맞춰가는 모습이 그랬다.


영화에서도 자신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그들의 이번 영화는 전작보다 등장인물도 많아지고 에피소드들의 두께도 두꺼워졌다. 이미 영화 르아브르를 통해 잘 알려진 프랑스의 항구도시 르아브르, 작은 호텔의 야간당직자 둠은 오늘도 고물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일을 하러 간다. 자전거는 빗길에서 고장이 나고 그 자전거를 매고 오는 바람에 또 지각을 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었지만 입에 베어 물려면 손님이 오는 바람에 한 입도 채 입에 넣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는 무성인가 싶을 정도로 대사가 적다. 대신 움직임이 크고, 설정의 반복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를 쓴다. 가만보면 마치 둠과 피오나는 판토마임을 하는 배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을 요정이라 칭하는 참으로 이상한 여자 피오나가 호텔로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녀는 방을 내준 댓가로 세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다.


작은 호의에 소원이라니, 둠은 고장난 자전거가 생각이 나서 스쿠터가 필요하다고 했고 두 번째 소원은 평생 무료 주유권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세 번째 소원은 끝내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대충 눈치는 챌 수 있을 것 같지만.


다소 무미건조해 보이는 이 영화는 계속 들여다 보면 주인공들이 희망을 피력하는 걸 눈이 아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정신병원에 있는 걸로 보아 피오나는 그쪽 환자고 둠 역시 시간제 노동자일 뿐이다. 거기에 흑인 아이들 세명은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 노동자나 불법 체류자로 보이고, 펍 바의 주인은 극심한 근시환자다. 다들 내세울 것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남을 해꼬지 하거나 세상에 불평불만만 늘어놓지도 않는다.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지키려는 부부의 모습이 간절해 보이고, 프랑스를 떠나 영국으로 가보려고 하는 흑인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주민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의 오늘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너무나 평범한 비주얼의 배우들, 깎아 놓은 조각남들이나 멋진 훈남들이 나와야 할 것 같은 프랑스 영화에서 이런 종류의 낯섬은 연기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이들 부부의 연기를 보게 된다면 반드시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페어리 (2012)

The Fa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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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도미니크 아벨, 피오나 고든, 브루노 로미
출연
도미니크 아벨, 피오나 고든, 필리페 마르츠, 브루노 로미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94 분 | 2012-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