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린 - 그녀가 애써 남겨 놓은 사랑의 메시지들

효준선생 2012. 12. 5. 00:07

 

 

 

 

 

  한 줄 소감 : 내내 마음이 아파졌어요. 곁에 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은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열 살이 되서야 누군가의 동생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가족이 생긴 것이다. 소녀 마린에게 가족은 또 하나의 삶의 의미다. 그녀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지금은 책방에서 알바를 하며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책방 여주인에게 맨날 일 못한다고 구박만 받지만 그것도 다 자기 잘 되라고 일러주는 고마운 질책으로 받아들인다. 사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남자 하나가 급히 들어와 미슐랭 가이드를 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 책방은 인문학을 취급하기에 그 책은 있을 리 없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그냥 둘러대나 싶어 웃고 말았는데, 그 남자 내게 호감을 보인다. 다음에 또 찾아 왔길래 전보다 좀 더 환하게 웃어주었다. 사랑이 오려나 보다.

 

 

프랑스 영화 마린은 프랑스의 배우이자 감독인 멜라니 로랑이 연출을 한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따뜻한 정감으로 색칠해 놓은 드라마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파스텔 톤이 곳곳에서 묻어나는데 아무래도 영화 초반부 마린의 러브 스토리가 겹쳐져서 그렇게 보인 모양이다. 그녀는 입양아 출신이다. 어린 조카, 언니, 그리고 새 엄마와 십수 년을 같이 살아왔다. 별로 다툴 일도 없고 특히 언니와는 마치 친언니 이상, 아니 남들이 보면 여자끼리 연애한다고 여길 정도로 친하다. 그런데 마린에게도 사랑하는 남자가 다가왔다. 알렉스, 요리는 못하지만 레스토랑 비평가다. 그와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푸근하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그런데, 이 행복이 영원할 것 같지가 않다. 왜지?

 

 

이 영화는 마린과 알렉스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언니 리사와 조카 레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교차되는 전반부와 마린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후,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로 꾸며지는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가 알록달록 따뜻한 분위기의 색감이라면 후반부는 짙은 회색이나 갈색으로 점철된 분위기다. 하지만 이야기의 비중은 후반부에 농도가 짙어졌다. 차를 우리면 우릴수록 진하면서도 점점 써지는 것처럼. 늘 곁에서 조잘거리던 동생과 이모가 사라졌다. 죽은 것도 아니지만 살아날 희망은 있기나 있는 걸까. 집안에 병구완을 해야할 사람이 있으면 그 집은 박장대소하고 웃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된다. 자리를 보전하고 누운 지 몇 개월, 그저 그녀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그녀 곁을 지키는 알렉스와 가족들에게 마린은 이제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려고 한다.     

 

 

살아 있을때는 그 사람의 소중함을 모른다. 하지만 인명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왜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건지, 소통도 되지 않지만 그저 가쁜 숨만 쉬고 있다는 사실에 오늘도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변치 않는다. 마린은 다시 깨어나 그녀를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언니 리사는 이런 말을 했다. “어린 시절 동생을 갖는 것이 꿈이고 지금 그 꿈을 이루었다고” 가족이 생긴다는 건, 누군가에겐 행복이다. 하지만 영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누구든 내가 아닌 타인이기에 먼저 보낼 수도, 내가 앞 서 갈 지도 모르는 게 사람의 삶이다. 하늘이 부르기 전, 곁에 있는 사람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자. 어느날 갑자기 단 한마디의 의사표현도 하지 못할 날이 올지도 모르는게 운명이니.

 

 

영화 마린을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린 시절 정말 많은 사람들 틈 사이에서 컸는데 이제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줄어들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사람이. 영화 마린은 겨울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손을 잡고 보기에 안성맞춤의 영화다. 

 

 

 

 

 

 

 

 

 

 


마린 (2012)

The Adopted 
9.8
감독
멜라니 로랑
출연
멜라니 로랑, 데니스 메노체트, 마리 드나르노, 클레멘틴 셀라리, 테오도르 마케-푸셰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프랑스 | 95 분 | 201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