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원 데이 - 사랑보단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친구와 연인사이에서

효준선생 2012. 12. 5. 08:00

 

 

 

 

 

  한 줄 소감 : 매년 그 날만 되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인연이란 있는 모양이다. 대학 졸업식 때 얼떨결에 친구먹기로 한 엠마와 덱스터, 보통의 경우 연인으로 이어질 법한 정황이었건만, 이 둘은 그냥 친구로 남기로 한다. 그렇다고 덱스터가 여자보기를 돌 같이 하는 쑥맥도 아니다. 원 나잇 스탠드도 개의치 않고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사이, 잠시 휴지기가 생기면 엠마에게 조르르 달려와 그깟 실연의 아픔을 위로 받는 어리광 남자. 그에 비해 엠마는 그런 덱스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친구라기 보다 마치 누나처럼.


1988년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는 매년 같은 날의 일기를 해를 걸러 보여준다. 7월 15일, 영화 원 데이의 주요 배경인 영국에선 날씨와 관련되어 전설이 있는 성 스위딘데이인 이날, 둘은 처음 만났고 거짓말처럼 거의 매년 이들의 이야기가 삽화처럼 그려진다. 서로의 짝과 함께 있었던 때도, 혹은 이 두명이 친구 이상의 감정을 공유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진도를 빼지 못한 건, 소울 에이트같은  사랑이라는 진중함을 최소한 상대방에게 만큼은 남겨두고 싶었던 이유에서다.


매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보고만 있어도 흡입될 것 같은 앤 헤서웨이의 눈망울과, 역시 외모로는 그 어떤 훈남배우에도 뒤지지 않을 짐 스터게스의 뇌쇄적 매력앞에선 서로가 분명 끌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지막 한 단계만큼은 넘지 못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과연 이들은 인연이 맞을까 자못 궁금해졌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둘의 관계에 성적 접촉이 있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런 언급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흔한 멜로 영화지만 침대위에서의 만리장성 쌓는 장면도 없고, 애틋할 정도의 키스신이 전부지만 그건 바로 이 둘에게 육체적 관계 이상의 정신적 교감이야 말로 이 둘을 하나로 엮어주는 매개라는 말을 하고팠던 것 같다.

 

그렇게 20여년, 각자의 파트너를 정리하고 둘만 남은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은 친구에서 연인으로의 발전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이 두 선남선녀의 선택을 시샘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영화는 그 이후도 조명하고 있었다. 어느새 커버린 딸 앞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엠마였다고 말하는 덱스터, 그의 커다란 눈망울이 무척 슬퍼보였다. 인연은 분명 있었고, 단지 함께 호흡하지 못함에 아쉬울 뿐이다.


20여년의 시간 변화를 담아야 하기에 당시의 패션, 영화 이런 것들이 다분하다. 주인공들의 헤어 디자인이나 의상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를 오고가는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배경도 아름답다. 이즈음이면 한 편 정도는 봐주어야 할 것 같은 멜로 드라마, 세상의 모든 짚신에겐 짝이 있다고 하니, 솔로들도 이 영화 보고 나면 앤과 짐의 커다란 눈망울 만큼이나 크게 눈을 뜨고 짝을 찾아보게끔 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원 데이 (2012)

One Day 
8.9
감독
론 쉐르픽
출연
앤 해서웨이, 짐 스터게스, 로몰라 가레이, 조디 휘태커, 조지아 킹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07 분 |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