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엔딩노트 - 무척이나 꼼꼼했던 아버지를 떠나 보내며

효준선생 2012. 12. 4. 08:00

 

 

 

 

 

  한 줄 소감 : 웰빙 만큼이나 웰 다잉도 멋졌으면 한다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스나다 도모아키씨, 40여년 화학회사에서 근무하고 이제 정년퇴직을 해서 가족과 여생을 재미나게 보내볼까 생각을 했건만 아닌 밤에 홍두깨라고 글쎄 위암 4기란다. 영업일을 하면서 술과 접대로 생긴 직업병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미 떠난 회사에다 무어라고 말할텐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사는 그날까지 해야 할 일을 잘 마무리지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펜을 든다. 아니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리고 작성하는 엔딩 노트.


일본의 고레이다 히로카즈는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다. 그는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통해 가족과 죽음을 무척이나 담담하게 그려낸 바 있는데, 영화 엔딩 노트는 바로 그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그의 연출작은 아니고 그의 조연출 출신인 스나다 마미의 슬픔 어린 영상을 영화화 하는데 일조했다. 스나다 마미는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스나다 도모아키씨의 막내 딸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을 시작하며, 어떤 죽음이라는 화두로 세상과 말을 걸기 시작한다.


영화의 시작,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도모아키씨 대신 딸이자 이 영화의 연출자인 스나다 마미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마치 아버지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엔딩 노트에는 모두 11개의 항목이 있고 영화는 제 1항목부터 시작한다. 귀여운 손녀와 놀아주기, 구순의 어머니와 여행을 떠나기, 야당에 한 표 주기, 신을 믿어 보기, 정말 먹고 싶었던 전복요리 맛보기등등, 그리고 본격적으로 암투병을 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과, 임종시 가족에게 남겨줄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장례식과 조문객 명단까지 챙겨놓는다.


세상에 왔다가 할일 다하고 저 세상을 가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호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을 떠날 사람 누구도 호상을 입에 올리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도모아키씨의 임종을 보면서 그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고독사가 빈번하고, 죽은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많은 일본에서 아내와 자식 그리고 귀여운 손녀들 곁에서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건. 그리고 그의 장례식을 찾아온 그렇게 많은 지인들을 보니, 열심히 산 대가가 아닐까 싶었다.


영화 중간에 아주 오래된 사진들이 끼어 있다. 도모아키씨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아마도 6,70년대 모습인 듯 싶다. 그 사진들의 배경과 스타일을 보니 한국의 그때와 참 닮았다는 기분이다. 집에 저런 사진도 많았는데, 다들 지금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닐 것 같다.


영화의 종반부엔 상당한 슬픔이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병원에 입원한 그,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 병원 창문 밖에 낙조가 한 남자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것 같다. 웰빙 못지 않게 웰다잉이 화두인 세상이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한 중년 남자의 마지막을 기록한 영상을 보니, 죽음이란 누구도 거스릴 수 없음을, 그래서 가는 마지막, 한 점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니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엔딩노트 (2012)

Ending Note 
9.7
감독
스나다 마미
출연
한지민
정보
다큐멘터리 | 일본 | 90 분 | 201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