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저지 드레드 - 정의의 이름으로 너희들을 용서치 않겠단다

효준선생 2012. 12. 4. 00:01

 

 

 

 

 

  한 줄 소감 : 공권력을 지켜야 하는 건 알지만 "마마"도 알고보면 불쌍하네

 

 

 

 

영화 저지 드레드는 리부트 영화다. 95년 액션배우 실베스타 스탤론 주연의 동명 영화를 본 기억이 나긴 하는데, 큰 히트를 친 것 같지는 않았다. 영화 자체의 줄거리에 두툼한 살코기가 없이 그저 큰 뼈다귀를 핥아먹어야 하는 수준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그럼 대박 영화도 아닌, 그저 제목과 주연배우 이름만 겨우 떠오르는 영화가 무려 17년이나 지나서 리부팅 된 건 왜일까?


이 영화는 미래 사회에 대한 조명이다. 황폐하기가 이를 데 없는 그 시대, 미루어 짐작컨대, 인간은 스스로의 탐욕으로 인해 살육을 일삼고, 각종 살상무기를 오용한 탓에 돌아온 건 편하게 살 수 없는 갇힌 공간 뿐이었다. 영화 속 거의 유일한 배경이 되는 피치 트리스라는 가공의 공간이다. 그곳은 200층 짜리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범죄 발생율, 거기에 독재자를 연상케 하는 여성 지도자의 패악, 이런 아수라장 같은 곳에서 하루를 연명하는 서민들의 일상을 조명하고 있다.


저지 드레드는 일종의 사회악을 뿌리 뽑는 공권력을 상징한다. 약물 제조와 살인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를 체포하러 갔다가 완벽하게 그곳에 갇힌 저지 드레드와 신참 저지우먼, 그들은 정의를 내세워 마마라고 불리는 그곳의 패주와 맞서지만, 그 과정에서 무참히 죽어나가는 건, 결국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서민들이다.


한번은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양쪽 사이드 철문에 갇힌 저지에게 건너편에서 무지막지한 총격을 가하는데, 이때 죽은 건 저지가 아닌 그곳에서 살고 있는 가난한 서민들이었다. 무엇을 시사하는가 공권력은 사회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 총기를 난사하고, 거기에 맞서는 세력은 또 역시 흉기를 휘두른다. 무엇이 대중을 위한 길인가. 영화가 제시하는 사회 통치의 모순이다.


마마의 신분도 의미가 있다. 전직 윤락녀 출신인 그녀가 포주를 謀殺하고 그 자리를 꿰찼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잔악하기가 이를데 없고 그녀가 운용하는 막대한 자산은 모두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형성한 것들이다. 과연 그 돈과 재화가 골고루 나눠졌을까? 사람들은 마약을 하고, 아이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 그저 하루 세끼라도 밥만 먹으면 다행인 그곳의 삶은 지금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종의 딜레마다. 혼돈의 공간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 뿌연 회색먼지와 닮았다. 메가 시티를 닮은 그곳엔 그저 고층 건물만이 사람을 수용할 뿐이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정을 나누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설사 저지 드레드 같이 세상을 구원할 심판자가 마마같은 인물들을 처단한다고 좋은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총격과 피격의 장면이 청량감을 줄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특유의 슬로모션 촬영기법이 신선해 보인다. 하지만 서로 쏘아댄 총알이 내 이웃의 얼굴을 관통해 살과 피가 튀고 뼈가 들어난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는 권선징악을 염두해둔 듯 마무리하고 신참 저지의 성공적 데뷔무대를 그럴 듯 하게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 소리없이 사라진 작은 인물들에게도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런 미래가 진짜로 도래한다면 저지 드레드나 마마처럼 살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지 드레드 (2012)

Dredd 
6.7
감독
피트 트레비스
출연
칼 어번, 제이슨 코프, 올리비아 썰비, 라키 아욜라, 레나 헤디
정보
SF, 액션 | 영국 | 95 분 | 201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