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굿닥터 - 의사에 대한 편견이 한국과 다르지 않네

효준선생 2012. 12. 3. 11:18

 

 

 

 

 

  한 줄 소감 :  "사" 자 들어가는 자들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

 

 

 

 

 

인상깊은 영화 하나를 만났다. 레지던트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의료계의 현실을 농축적으로 반영한 영화 굿 닥터다. 얼마 전 의료용으로 써야하는 약물을 향정신성 마약류로 돌려쓰는 바람에 몇몇 연예인과 의료인들이 법의 적용을 받은 케이스가 있었다. 약은 잘 쓰면 치료제이지만 잘 못쓰면 죽음으로 인도하는 악마의 촉진제가 된다. 이 영화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참 레지던트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업을 가진 그들이 겪는 심리적, 정황적 이야기를 상당히 긴박감 있게 풀어냈다.


주변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의사의 길을 선택한 마틴, 가족들은 그가 의사가 된 사실을 뿌듯해 하며, 그 자신도 자신의 일에 상당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가 환자 가족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도 드러나는데, 그들은 의사의 業에 대해 묻기 보다는 급여라든지, 예쁜 여자들의 유혹 여부라든지 하는 職에 대해서 묻는데 급급하다. 크게 내색은 하지 않는 눈치지만 그는 주변 사람들의 이런 반응을 즐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병원 내에서 그의 위치는 애매했다. 신참이라는 이유로 경력이 오래된 간호사에게 냉대를  받고 심지어 남자 간호조무사로부터도 흰소리를 듣는 처지다. 의사로서의 권위를 내세운답시고 하는 일이라는 게 차트에 일부러 글씨를 갈겨쓰게 해서 간호사로부터 재차 문의를 하게 하는 수준이다. 그래봐야 비웃음만 돌아올 뿐이다. 본인은 의사가 된 사실에 뿌듯해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그저 갓 들어온 신참일 뿐이었다. 주변에 자신의 편이 없다는 생각을 하던 그에게 관심이 된 건 얼짱 환자로 소문난 신우신염 환자, 다이앤이다. 치료를 목적으로 조금씩 호의를 베풀던 마틴은 그녀를 상대로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게 되고, 점점 코너에 몰리던 그에게 마지막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조무사.


어디서부터 꼬인 일인지는 모르겠다. 누구나 우러러 볼 줄 알았던 의사라는 직업이 환자에 대한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를 상황에 빠트려 허우적거리게 하고 약점을 잡힌 그가 병원내에서 약을 빼돌려 몹쓸 짓을 하게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약을 직접 조제까지 하는 수재인 마틴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사실 곳곳에 폐쇄회로가 설치되어 있을 병원안에서 마틴이 벌인 일련의 위험한 행각은 들통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번거로운 간섭을 배제하고 오로지 의사의 심리와 행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이유로 그의 행동이 혹시라도 외부에 의해 발각이 될지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지지 몹시 궁금하게 만든 효과가 있었다.


굉장히 분주한 병원과 달리 마틴의 거처는 거의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으로 비춰진다. 잠시 머물다 떠날 것 같은 암시로 보였다. 냉동 밥을 데워먹고 와인을 마시는 게 그가 집에서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이다. 대신 병원에서의 그는 상대적으로 바빠 보였다. 환자 치료에, 자신을 따돌리는 것 같은 병원직원들을 상대하는 것부터,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발각되지 않도록 잘 무마하는 것까지.


어린 소녀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과 조무사와의 긴장관계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영화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지적인 이미지의 올랜도 블룸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녀인 라일리 코프의 화장기 없음에도 화려해 보이는 외모도 압권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의사와 환자간의 뒤틀린 사랑 이야기로만 그칠 일이 아니라 실제로도 수없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병원내의 藥禍 사건, 의료사건등등은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굿닥터 (2012)

The Good Doctor 
7.5
감독
랜스 달리
출연
올랜도 블룸, 라일리 코프, 태라지 P. 헨슨, 롭 모로우, 마이클 페나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91 분 | 201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