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 야구는 그래서 인생이다.

효준선생 2012. 12. 1. 08:00

 

 

 

 

 

 

  한 줄 소감 : 딸 자식이 저렇게 똑똑하니 가업은 잇겠군

 

 

 

 

축구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고 불리는 야구엔 각각의 역할이 부여되어 있으며 그 역할을 담당하는 멤버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게임에 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공격으로 치자면 1번부터 9번까지 스타일이 모두 다르며, 수비로 치자면 선발, 롱릴리프, 셋업맨, 마무리 투수 그리고 각각의 필드 플레이어들의 특장이 제각각이다.


야구만큼은 키가 작다고 혹은 몸이 뚱뚱하거나 걸음이 느리다는 이유로 완전 배제되지 않는다. 키가 작은 대신 걸음이 빠르고 번트 능력이 좋으면 대주자나 작전수행능력이 요구되는 2번에 배치되고, 100kg이 넘는 거구지만 잘 맞으면 담장을 훌쩍 넘는 거포라면 지명타자에 4번을 치면 된다. 어깨를 다쳐 강속구를 던지지는 못해도 상대 좌타자 한명만 잡기 위해 등판을 기다리는 제구력 좋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도 필요한다. 야구에는 천부적인 야구실력을 가진 선수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후천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한 수많은 선수들이 함께 해야 성적이 나오는 경기라는 점에서 좋다.


야구는 인생을 닮았다. 골인이라는 희소한 결과물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게 아니라 3,4개의 안타를 치고도 홈에 들어오지 못하면 1득점도 할 수 없는 것도, 9회말 투아웃에서도 큰 거 한방이면 역전이 가능한 것도, 던지고, 잡고, 훔치고, 날려버려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인생사의 여러 모습들과 참으로 닮은꼴이다. 그래서들 야구에 죽고 못 사는 모양이다.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에 이런 사람이 나온다. 평생을 야구에 미쳐 살았던 남자, 이제 세상과 하직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이는 할아버지 스카우터, 오줌발도 시원찮고 더 큰 문제는 눈이 침침해서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매의 눈으로 될 성 싶은 떡잎을 골라내야하는 임무를 가진 그에게 잘 안보인다는 건 크나큰 장애가 아닐 수 없다. 그에겐 서른 넘은 딸이 하나 있다. 젊은 시절 전국을 돌아 다녀야 했던 아버지와 떨어져 거의 방치되다 시피 자란 딸은 그런 아버지가 원망스럽지만, 눈 대신 귀로 유망주를 발견해내야 하는 아버지의 신세가 안쓰럽다.


이 영화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즈의 스카우터 거스 로벨의 이야기다. 은퇴를 종용받고, 젊은 인재들이 치고 올라오는 정글같은 그곳에서 그가 말하는 인생이란 홈런 한방이 아닌, 안타와 도루와 희생타로 이뤄진 그야말로 작전으로 얻어낸 한 점이다. 촉망받는 변호사인 딸과의 그동안 하지 못했던 허심탄회한 고백과 그런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해 가려는 딸의 훈훈한 이야기도 이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데 한 몫 한다.


영화에선 고등학교 유망주 선수를 스카우트 하느냐하는 문제를 두고 여러갈래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거스의 혜안과 딸 미키의 선택이 조합을 이뤄 기막힌 반전을 만들어낸다. 메이저 리그라는 큰 무대에서 좌절을 겪었던 전직 선수와의 로맨스도 보기 좋았고, 무엇보다 잔재주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인생 끝자락에 서있는 거스를 말하는 장면,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닌가. 만약 야구선수로서 은퇴경기에서 마지막 타자와 맞선다면 최후의 승부구는 어떤 구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그게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2012)

Trouble with the Curve 
8.3
감독
로버츠 로렌즈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에이미 아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매튜 릴라드
정보
드라마 | 미국 | 111 분 | 201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