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메모리즈 -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기억들 속으로

효준선생 2012. 11. 29. 10:29

 

 

 

 

 

    한 줄 소감: 무려 17년 전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영화임을 감안하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제 1회 부산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영화라니 도대체 이 영화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가 우선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5년에 만들어진 영화였다.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메모리즈 이야기다. 이 영화가 조만간 개봉한다는 소식이다. 17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개봉하는 이유가 궁금하지만 그 내용은 더 궁금했다. 러닝타임 30분~40분짜리 중편 세 개의 에피소드가 각각 다른 감독의 시각을 빌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에 대한 담론을 펴고 있다.


2092년이면 올해 태어난 아이도 생존하기 힘든 미래의 어느날, 우주공간을 떠돌아 다니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우주선에 조난 신호가 들어온다. 이름 없는 어느 별에 도착해보니 그곳에선 오페라 여가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홀로그램에 의한 환각과 대원들의 과거사와 관련된 추억이 떠돌고 있을 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그녀의 추억에는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중에서 one Find Day가 반복적으로 들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장면에서 나오는 넘버로 이 영화의 내용과 맞는다. 두 명의 대원의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은 모두 환각인데, 한 명은 바람둥이 기질답게 여인들의 유혹에서 허우적거리고 다른 한 명은 사고로 죽은 어린 딸의 환영을 보고는 괴로워한다. 재미있는 건 그의 아내와 오페라 여가수의 외모가 오버랩되면서 현혹시킨다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사이버  펑크 재패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기계적 문명으로 가득한 미래 세상에서도 결국은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묘사하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다소 코믹스런 이야기다. 감기에 걸린 제약회사 직원이 실험중인 약을 먹었더니 그 자신이 엄청난 살상력을 가진 냄새를 풍기는 이른바 폭탄이 되었다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걸어만 다녀도 주변의 사람들이 모조리 죽는다는 끔찍한 이야기지만 분위기와 그림체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몰래 만들어진 전투용 살상무기가 어떤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그리고 군대를 가질 수 없는 일본이 한 명의 평범한 시민을 죽이기 위해 탱크와 비행기로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발상은 무섭다 못해 슬펐다. 거기에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엔딩에서 보여준 기막한 반전이 영화를 통렬하게 만들어 버린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세기말 적 분위기를 보이지만 배경은 1930, 40년대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상시킨다. 각각 나찌즘과 파시즘으로 무장한 채, 전체주의라는 전대미문의 독재를 저질렀던 시절처럼 영화 속 사람들은 줄지어 다니고 어딘지 모르는 곳을 향해 대포를 장전하고 발사하는 것으로 하루 임무를 마감한다. 언뜻보면 군국주의를 그대로 묘사하는 것 같아 좀 무거운 마음으로 보았는데 마지막 절대로 철모를 벗지 않았던 소년의 절규가 가슴을 파고 든다.“난 아빠같은 장전수가 아닌 포격수가 될 거다” 루틴한 하루를 보내며 몰개성화로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3편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하나의 열쇳말을 고르라면 역시 “인간으로서 산다는 건”다. 추억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를 추억하며 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꽤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의 현실과도 완전 동떨어지지 않는 이야기 구조와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메모리즈 (2012)

Memories 
7.6
감독
모리모토 코지, 오카무라 텐사이, 오토모 가츠히로
출연
이소베 츠토무, 야마데라 코이치, 타카시마 가라, 이이즈카 쇼조, 호리 히데유키
정보
SF, 판타지, 애니메이션 | 일본 | 114 분 |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