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꽃밭에서 못 불러도 그녀는 매력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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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 한 곡 뽑아보라며 추켜세우던 어른들이 정말 싫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싫지만 노래는 더더욱 부르기 싫었다. 노래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따라 부르거나 사람들 앞에서 자랑할 수준은 못 되었다. 등 떠밀려 앞에 나가서 몇 소절 불러보지만 시킨 사람들은 다들 제각각 자기 이야기를 하며 관심도 없고 소위 “삑사리”가 울려야 그제서야 입꼬리를 올리며 괜히 시켰네 하는 표정을 쳐다 볼 뿐이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다면 영화 음치 클리닉이 분명 공감이 갈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동주는 자기가 노래를 못하는 것을 고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노래실력을 뽐내거나 백수 생활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으려 애를 쓰는 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가 있다.
영화 음치 클리닉은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다. 노래를 참 못하는 스물 여덟 먹은 여자가 학창시절부터 짝사랑 해온 동창생 앞에서 그가 좋아한다는 “꽃밭에서”만 잘 부르면 만사가 오케이인 내용이다. 이 영화는 패자부활전의 전형이다. 사랑을 얻지 못한 여자, 정확하게 친구에게 짝사랑을 빼앗긴 여자와 크게 내세울 것 없어 보이는, 부전승으로 올라온 음치 클리닉의 강사와의 묘한 사랑 줄다리기다.
제 눈에 안경, 짚신도 다 짝이 있다고 하는데 영화 여주인공인 나동주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학창시절 마음에 쏙 드는 남학생이 있길래 알아보니 합창부, 비록 노래는 못하지만 피아노 좀 치는 그녀는 연주 담당으로 합창부에 들어가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일본으로 떠나는 마음에 든 남학생의 후임인 셈. 혼자 남아 일본어 공부를 하고 수시로 일본에 가서 우연이라도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10년을 고민해온 정말 한 우물만 판 그녀였다.
하지만 사랑은 두 손바닥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박수처럼 상대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반대편 손바닥은 엉뚱한 곳을 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제 무릎팍만 두드리며 소리를 내야하는 신세가 영 마뜩칠 않다.
영화 보기 전 흘러갈 스토리를 유추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여주인공의 일편단심이 하도 간절해 또 한 명의 낙동강 오리알이 탄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어떤 결론이 되었든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관습적 문법에서는 살짝 벗어난다. 그렇다고 쓸쓸한 결말로 관객들을 편치 않게 하지도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요,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제 짝은 나타날 지어지 인내하고 또 인내할지어다라며 솔로들을 격려한다. 자, 이쯤되면 123분 동안 줄기차게 흘러나오던 가수 정훈희 원곡의 “꽃밭에서”는 영화 속에서나마 국민가요가 된 셈이다. 그런데, 정말 노래 잘불러야만 이성에게 점수딸 수 있는 건가. 진심을 전하지 못하는 노래라면 객석의 관중은 고사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무의미 한 것임을.
노래를 꽤 잘하는 탤런트 윤상현과 평소에도 저음인 목소리가 매력적인 박하선의 노래 실력을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영화가 첫번째 주연작이라는 윤상현은 아주 오랫동안 스크린을 통해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좌중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치클리닉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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