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돈 크라이 마미 - 복수의 칼끝, 어디로 향해야 하나?

효준선생 2012. 11. 25. 00:08

 

 

 

 

 

 

   한 줄 소감 : 일회성이 아닐 거라는 불편한 진실함에 헛헛하다

 

 

 

소녀의 등장은 시작부터 불안해 보였다.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학교 선배에게 접근하려 하지만 그녀 뒤로 보이는 어두운 그림자는 그녀의 운명을 가름할 전조처럼 보였다.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과 밤의 네온사인 그리고 그날 옥상에서 있었던 처참한 기억들. 소녀는 태어나 처음 겪는 모멸감에 치를 떨고 어른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심지어 애들 장난이라고 하기도 했으니 아들 가진 부모와 딸 까진 부모 마음이 이토록 다를 수 있을까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보고나서 개운하다고 느낄 관객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법의 범주 안에서 아무런 제재를 하지 못하기에 상처입은 소녀의 엄마가 직접 나서서 아예 처단을 해버린다는 설정, 소녀가 침대에 누워 이런 말을 한다. 다시 일어나 밥 먹고 학교가고 친구 만나면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되는 걸까? 만약 엄마가 그 나쁜 놈들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정말 원래대로 아무 일도 없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엄마는 분노했지만 곧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했다. 마음이 정말 아프지만 아빠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자기가 더 해 볼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패착이었다. 두 번째 범죄가 발생하고 그렇게 꽃다운 소녀는 아무에게도 말도 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부담을 짊어지는 선택을 한 것이다.


법에 호소하면 자기의 怨望이 풀어질 거라 믿는 법치국가의 사람들, 법은 최소한의 장치일 뿐 나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할 뿐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타당하지 않다고 흉기를 들고 직접 해결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제3자는 어떤 반응을 보여왔는가


영화 <부러진 화살>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교수는 억울한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직접 활을 날렸고 그로 인한 법정 스토리가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법정에서의 형평성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영화 돈 크라이 마미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의 감정의 골이 확실히 한 쪽으로 치우쳐진 상황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17살 여고생을 욕 보인 18살 소년들. 그들에게 법의 테두리안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면 세상 사람들은 열이면 열 가해자들에게 철퇴를 내릴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가해자에겐 집행유예나 훈방이 아닌 중형 그 이상을 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의 잣대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었느냐가 아니라 피해자와 그 부모의 입장, 그리고 심리에 대해 메스를 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의 두 부분, 당일 사건이 일어나고 소녀가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와 엄마가 분노를 구체적인 복수로 승화시키기까지의 과정 둘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엄마의 행동이 본격화 되면서 가해자 아이들의 최소한의 자기 합리화적 주장들은 잘 들리지 않았다. 마치 이 아이들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논조로 들렸다.


피해자의 엄마는 행위의 당사자인 아이들에게 복수를 하려는 마음보다 차라리 그 부모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진정한 복수를 기다리며 보았던 관객들의 마음이 좀 있었다. 이 영화 엔딩에 지금도 어디선가 행해지고 있을 악마의 행위에 대해 불편한 진실을 수치로 밝히고 있다. 그 숫자 안에는 알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가해자건, 피해자건, 이모든 것들이 당연히 없어야할 괴물같은 현상이지만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절망적이다.

 

 

 

 

 

 


돈 크라이 마미 (2012)

Don't Cry, Mommy 
8.4
감독
김용한
출연
유선, 남보라, 유오성, 동호, 권현상
정보
드라마 | 한국 | 91 분 |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