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 -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칠 힘이라도 남았다면

효준선생 2012. 11. 26. 00:03

 

 

 

 

 

 

    한 줄 소감 :  젊어서 가족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할아버지, 여한은 없을까? 

 

 

 

 

영화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를 보고 난 뒤 입안이 까끌했다. 묵직하게 전해지는 한 남자의 고해성사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난 뒤라 그런 듯 했다. 정말 어렵게 끄집어 낸 비밀이야기의 충격적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기에 더더욱 푹 가라앉았다.


수십 년 전 아이슬랜드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천직을 잃고 인근학교에서 수위로 일하던 남자, 나이가 들어 그마저도 그만두어야 했고 이제 남은 여생, 그를 기다리는 건 집 사람의 듣기 싫은 지청구뿐이었다. 시간이 나면 정말 손바닥 만한 배를 끌고 나가 고기라도 몇 마리 잡아올리는 걸로 소일을 했건만 배 마저도 고장이 나는 바람에 집에서 병든 맹수처럼 왔다 갔다만 반복할 뿐이다.


평생을 자신을 구박만하고 집안일이라고는 한 적이 없는 남편을 보니 안쓰럽기만 했다. 나잇살 들어 두툼해진 뱃살에 머리는 다 빠져 대머리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남편의 뒷 모습이 처량맞아 죽겠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위로해주기 위해 평소 좋아하는 넙치 스프를 끓여내지만 채 한술 뜨기도 전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리고 만다.


평생을 자신이 하고픈 일만 하며 살아온 남자에게 은퇴라는 말은, 비록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충격적인 일이다. 그 때문인지, 건강도 예전만 못하고 여기 저기 아픈 곳도 많아진 듯 싶다. 자살 충동도 겪지만 그때마다 마음에 작은 소용돌이가 치며 뜻을 접는다. 이 영화에선 그 장면이 두 번 나온다. 특히 물이 새는 배위에서 양수기로 물을 퍼내다 문득,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라는 마음이 들었는지, 그는 물이 새는 배위에서 털퍼덕 주저앉고 만다. 그러다 멀리 육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바뀌고 다시 양수기를 돌리는 그. 어쩌면 가족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 할아버지의 아들과 딸은 아버지에 대한 정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자리보전을 하게 된 사람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라니, 아내에 대한 사랑은 눈꼽만치도 없었던 아버지가 과연 병구완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가족 중에서 장기 병구완이 필요한 환자가 있으면 그 집은 제대로 웃을 수도, 어디 멀리 놀러가지도, 그리고 때가 되면 해야 할 慶事조차 치루지 못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당에 가져다 놓은 폐선을 수리하는 일과 손주가 찾아오면 아이를 보면서 맥빠지는 한탄만 늘어놓는 것 뿐이다. 이제 할아버지의 삶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해 보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결말은 마냥 웃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아버지의 선택을 힐난만 할 수도 없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아버지의 자리란, 남편의 자리란 그저 타이틀만 달고 사는 게 아니기에 그가 처한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누구도 그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해피엔딩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보았기에 선택이 보여주는 충격적 결말은, 그 잔상이 참으로 오래갈 것 같다.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 (2012)

Volcano 
8
감독
루나 루나슨
출연
테오도르 율리우손, 마그렛 헬가 요한스토디어, 토르스테인 바흐만, 베네딕트 얼링슨, 쓰로스투르 레오 군나르손
정보
드라마 | 아이슬란드 | 95 분 |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