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신의 소녀들 - 신의 영역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

효준선생 2012. 11. 24. 01:12

 

 

 

 

 

  한 줄 소감 : 평범한 종교영화가 아니라 自意識에 대해 묵직하게 성찰하려는 기운이 느껴졌다.

 

 

 

 

 

확실히 인상적인 영화다. 영화 신의 소녀들은 한국 극장가에서 보기 힘든 루마니아로 부터의 울림이었다. 그 영화의 인물들은 언덕위의 작은 수도원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부러 속세의 사람들과 차벽을 둠으로써 시대 구분이 불분명했고, 심지어 중세때 이야기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만큼 인물들을 둘러싼 배경은 동유럽이 주는 독특한 이미지에 거의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완벽했으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전개에 녹아들 수 있었다.


수녀복을 입은 스물 남짓한 소녀가 역에 나가 또래의 여자아이를 데리고 수도원으로 들어선다. 수도원 입구에 써붙은 이단은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앞으로 벌어진 일들을 의뭉스럽게 암시하는 듯 싶었다. 그리고 그 암시는 결말부에 이르러 엄청난 파고로 수도원을 뒤집어 놓았다. 소녀와 그녀의 친구는 고아원 출신이다. 보이치타는 이미 신의 영역에 들어와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었지만 속세의 단물을 이미 맛본 알리나에겐 신의 영역이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목적인 보이치타를 데리고 다시 속세(독일)로 가기 위함이었다. 이제 막 자신이 가야할 곳을 정한 보이치타와 세상에 오직 그녀만을 보고 사는 알리나는 이미 오래 전 신의 심부름꾼이 된 수도원 사람들에게 엉뚱하게도 영향을 미치고 만다.

 

 

 

 

 

 

 

종교의 의미로 150분 짜리 이 영화를 보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경을 굳이 적막하기 짝이 없는 수도원으로 한정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신부와 10여명의 수녀들은 신의 귀의를 숙명이라 여기며 살고 있었지만 외부로부터의 충격엔 나약하기 그지 없었다. 알리나가 규율을 어기는 행동을 일삼거나 심지어 발작을 하고 자해행위를 하며 모두를 힘들게 하는 장면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도뿐이었다. 그들의 대처방법을 보고 있노라니, 과학의 힘이 필요함에도 그들은 그저 심리적 위안만으로 대응할 뿐인지라 많이 답답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세속에 물들어 빨리, 쉽게에 익숙한 관객의 잣대일뿐이다. 먹거리도 부족하고 기초적인 운영비마저 빠듯한 가난한 수도원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짐에도 이들이 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것들. 그들의 입을 통해 들었던 것처럼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주관에서 최선을 다한 것인지도 모른다.


간간히 들려오는 종교기관에서의 퇴마의식을 통해 어떤 이들의 간증은 더 많은 신도들을 현혹해왔고, 설사 그렇게 지병이 치료가 되었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혹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엄청난 실수(?)가 벌어져도 그들은 신의 가호를 외칠 뿐이다.


작은 수도원이지만 신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움직이는 걸 보면 작은 전체주의 사회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시사항은 결코 어겨서도 안되며 자유롭게 행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외부로부터 들어온 알리나의 일탈행위를 보고도 그들은 반복적으로 그녀를 받아들이는 건 다소 의외였다. 고아출신으로 약간 어수룩해 보이는 오빠 말고는 가족도 없는 알리나, 그녀에게 보이치타는 사랑의 대상이었다. 영화 중반부에 약간의 동성애적 코드가 등장하지만 그녀들이 심정이 개연성을 갖는 부분이다. 친구의 다소 억지스런 주장에도 어떻게 해서든 감싸 안으려는 보이치타의 심정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자신을 수도원에서 빼내려고 하는 알리나는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짐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늘 알리나 곁에 머물려고 한다. 떠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자기만을 바라보는 위험한 친구인 알리나. 늘 긴장한 듯한 눈빛의 보이치타의 심리는 배우의 열연이 없으면 불가능해 보였다.

 

 

 

 

 

 

수도원을 벗어나 번잡한 도심으로 들어선 수녀들이 탄 경찰 차량에게 흙탕물이 튀었다. 바로 그날 아침 존속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걸 인터넷에 올린 소년의 이야기를 경찰들이 막 끝낸 참이었다. 이 엔딩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는 결코 수 백년 전 전설처럼 떠내려오는 한 수도원에서 벌어진 엽기행각을 그린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오늘날 만연해 있는 아수라장과 같은 비이성적 작태에 대한 고발이라고 보였다. 신의 영역도, 인간의 영역만큼이나.


롱컷 위주의 진중한 화면과 정중동을 오고가며 단 한명의 인물이 조성한 평지풍파를 따라 힘차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연출의 힘은 어떻게 이 영화가 올해 칸 영화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는지 증명을 하고 있다.

 

 


신의 소녀들 (2012)

Beyond the Hills 
7
감독
크리스티안 문쥬
출연
코스미나 슈트라탄, 크리스티나 플루터, 발레리우 안드리우타, 다나 타팔라가, 카탈리나 하라바지우
정보
드라마 | 루마니아 | 150 분 | 201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