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사이에서 - 나와 그 사이엔 무엇이 존재할까

효준선생 2012. 11. 22. 07:30

 

 

 

 

 

 

  한 줄 소감 : 살다 보면 우연히 만나는 사람 부지기수다. 모든 사람이 내 운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60억 인구 중에 인사라도 하며 마주칠 인연이라고 해봐야 한 천명쯤 될까 그 사이에서 우리는 인연이네 악연이네 선을 긋고, 간이라도 빼줄 듯 화답을 하고 혹은 보기만 해도 인상을 쓰며 살고 있다. 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좋은 사람 만나 그걸 인연이랍시고 행복해한다면 그 삶이란 분명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인연을 만나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영화 사이에서는 한자어 間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감독의 변, 나이 42세 정도면 인간의 평균 수명의 절반쯤 된다. 그 정도 나이가 되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미혹되지 않기에 그렇게 제목을 달아보았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영화 속 인물들의 면면을 보니 마흔 줄에 들어선 주인공은 한 명이다. 나머지는 아직 죽을 날까지 남은 날보다 살아 온 날이 더 많지는 않은 케이스로 보였다. 하지만 어찌 인간의 수명을 미리 예측하겠는가 오늘 살다가 내일 죽을 지도 모르는 인생인 것을.


이 영화는 두 개의 옴니버스 영화다. 30여분, 40여분 두 개의 이야기를 꿰뚫는 하나의 화두는 바로 죽음이다. 다들 죽지 못해 힘겨워 하는 인생들이다. 그들앞에서 인생은 그래도 살아볼 가치가 있지 않느냐며 손을 내밀어 보는 건, 첫 번째 에피소드 떠나야 할 시간의 두 주인공에겐 사치스런 일이다. 남편에게 허다하게 맞고 사는 여자, 그런데 자신의 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는 우리를 탈출한 초식동물처럼 떨고 서 있다. 우연히 만난 남자 역시 온전히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아내의 바람을 목격한 아버지를 말리다 사고로 죽음에 이르게 하여 수형생활을 하다 그 역시 탈출하며 쫒기는 입장이다. 탈출이라는 키워드는 두 남녀에게 공히 해당이 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탈출이 해답은 될 수 없다. 자연적인 죽음과 사회제도하에의 구속이라는 점이 그렇고, 그들은 이승에서 아직 분노를 해소하지 못한 이유에서 더욱 그렇다.


바다를 보고 싶어하는 여자와 동행을 하는 남자, 자신의 아내를 찾아내 그동안 켜켜히 쌓여있던 억압의 심정을 풀어보고 싶어하지만, 그 욕구를 대신한 건 자신이 아닌 그녀였다. 이 영화는 희망이라는 싹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살아남는 다는 걸 흔히 희망이라는 명제와 결부시키는 살아있는 자들의 관성이라면 이 영화는 그런 타협을 거부한다. 그런데도 영화는 “희망가”라는 표지를 달아 놓았다. 희망은 또 다른 의미의 표현인 모양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 생수는 상당히 경쾌하다. 자살하러 바닷가 절벽에 올라선 중년의 남자가 갑자기 갈증을 느껴 인근 다방에 커피를 시키고 거기서 만난 젊은 처자와 소동을 함께 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코미디다. 남자가 왜 죽으려는 지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며 어디 절벽에 붙여 놓았다는 표지처럼 이 영화도 얼핏보면 계도적 영화인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남자는 왜 그토록 목이 마르다고 아우성이었을까 제 목숨 끊어버리면 갈증해소라는 욕구도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것인데, 저 세상에 가서 물을 찾아 헤매는 아귀가 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남자를 목마르게 하는 어린 여자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빚이라는 올가미에 걸려 시골 다방 종업원으로 일하면서도 불안해 떨어야 하고, 낮엔 동네 시커먼 남자들에게 성희롱을 당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죽으려는 남자와 그래도 살아보려는 여자 사이엔 도대체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영화 사이에서는 말 그대로 몇 가지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 산다고 해서 인간이라는 단어로 사용된다. 만약 혼자 산다면 이 영화의 두 개 에피소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삶이 마지막이든, 아니면 다시 시작하든,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두려운 건, 죽는 그날까지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이에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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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어일선, 민두식
출연
황수정, 기태영, 박철민, 천우희
정보
드라마 | 한국 | 71 분 |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