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자칼이 온다 - 짝퉁을 잡아랏

효준선생 2012. 11. 21. 00:02

 

 

 

 

 

 

    한 줄 소감 : 혼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보길 잘했네

 

 

 

 

없는 돈으로 고생해서 공부시켜 판검사 만들어 놓았더니 자기를 배신하고 떠나버린 남자에게 복수를 한다는 여자의 이야기는 소재의 제약이 많았던 70, 80년대 주요 단골 소재였다. 특히나 그 여자들의 신분이 술집 종업원등 비교적 천대받던 직업군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여자들의 복수심에 면죄부를 주기에 적당했다. 예를 들어 성형수술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상류층 인사가 된 남자에게 접근을 한다던가 혹은 남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만 한 위치에 올라서던가, 그것도 아니면 목숨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 소위 “호스티스 영화”라고 불리던 이런 류의 영화는 한국 근 현대 영화사에서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흐릿한 원형이 오늘 본 영화 자칼이 온다와 오버랩되었다.


짝퉁의 존재는 성가시다. 엄연히 자기가 진짜인데, 세상은 짝퉁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비로소 세상에 진짜는 나요 라고 외치고 싶은데 자기가 하는 일이란게 킬러라니,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 자칼이 온다엔 짝퉁이 여럿 등장한다. 여자 킬러에게 잡힌 한류스타 가수가 목숨을 구걸하며 자신은 진짜 인기 가수“최현”이 아니라 짝퉁 가수 “최헌”이라고 한다. 물론 그 여자 킬러도 어리숙하고 비리비리 해보이는 게 진짜 킬러 맞는 지 의심스럽다. 한 편 희대의 연쇄 살인범 자칼을 잡기 위해 파라다이스 호텔(모텔)에 들어온 형사와 지역 경찰들도 하는 짓만 봐서는 진짜가 맞는 지 또한 의심스럽다.


이 영화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도 단서조차 찾을 수 없는 자칼이 나타난다는 경북 성주의 지방 모텔에서 벌어지는 아수라장 같은 인질극을 보여주는 소동극이다. 이렇게 좁은 공간안에서 자칭 킬러와 인질범, 그리고 일군의 형사들의 좌충우돌은 매우 성긴 구조안에서 맴을 돈다. 이 영화는 소위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시간이 가면서 인질범에게 동화되는 심리적 기인)과 리마 증후군(인질범이 시간이 가면서 인질에게 동화되는 심리적 기인)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그런 상황을 보여주는 독특한 장치를 갖추고 있는데, 코미디가 아닌 장르 영화를 고집했다면 또 다른 걸작으로 승화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극 후반부, 액션이 가미되면서 자신의 짝퉁을 찾고자 했던 의도가 여실히 들어나고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투입된 그(그녀)의 설정은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부분에서부터 조금의 단서도 허락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회상 씬등을 통해 보여주는 극적 전환의 장면이 어색하다. 그와 그녀들의 목적은 분명히 이유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켜켜이 쌓아 올렸다가 알맹이를 꺼내 보여야 함에도 마치 급한 마음에 투아웃에서 번트를 대고 죽어버린 4번 타자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칼이 오기만을 기다렸건만, 자칼은 이미 와서 너무나 오랜 시간 관객들을 지치게 했고, 마지막 패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히든 트랙”은 지친 마음을 달래주지 못한 셈이다. 최현 역할을 한 실제 한류가수인 JYJ의 김재중은 만약 가수 역할이 아니라 성격파 연기를 하면 괜찮을 하드웨어는 갖추고 있었다.

 

 

 

 

 

 

 

 

 

 


자칼이 온다 (2012)

7.9
감독
배형준
출연
송지효, 김재중, 오달수, 한상진, 김성령
정보
코미디 | 한국 | 107 분 |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