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노크 - 뒤틀린 사랑, 구천을 떠돌다

효준선생 2012. 11. 21. 23:53

 

 

 

 

 

  한 줄 소감 : 반갑지 않은 손님, 똑똑똑...흐미 무섭네 

 

 

 

 

 

만약 당신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매일 밤 12시가 되면 그 집 두드리는 소리가 반복되고 그로 인해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이 늘어간다면 분명히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대체 누가 그토록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거며 안에 있는 사람은 왜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건지 짜증도 날 터인데, 하루는 궁금해 빼꼼이 밖을 내다보니 세상에나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영화 노크는 11월 말에 만나는 호러물이다. 공포영화는 여름 무더위때나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이 영화 적지 않은 무서움을 선보인다.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보는 공포영화도 나쁘지는 않았다.


사랑이라는 허울 뒤에 숨은 과도한 소유욕이 부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웃집 남자, 매일 밤 자신을 찾아와 주는 늘씬한 아가씨가 귀신처럼 하고 나타나 자신을 못살게 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그리고 새로 이사온 이웃집 여대생의 눈에 비친, 마치 방금 흙속에서 털고 나온 듯한 비주얼의 여자와 금고안에 있어야 안심이 될 정도의 공황장애를 가진 남자의 이야기. 이 영화는 무속신앙과 비틀린 남녀관계,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단절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흔한 조미료도 별로 넣지 않은 채 맛깔나게 표현해냈다.


이 영화의 다양한 이야기 코드 중에서 핵심은 사랑이다. 여대생이 좋아하는 학교 선배, 그리고 사진작가와 모델의 사랑이 엇갈리며 반복된다. 그들의 사랑은 알콩달콩한 교제라기 보다 일방적인, 혹은 일회성에 가까운 에로스적인 사랑에 가깝다. 여대생 정화가 일부러 선배를 찾아가 몸을 허락하려는 순간, 낯선 여자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거나, 모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주술을 거는 장면에선 왜곡되고 뒤틀린 사랑의 끝장은 결코 아름답지 못함을 말한다.


영화는 공포영화의 장르법칙을 순순히 따른다. 무속인의 자살로 시작해 허름한 아파트 단지, 인적이 거의 없는 그곳엔 마치 두 집만 사는 것 같다. 간간히 섞어놓은 처녀무당의 혼백에 대한 이야기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만들고, 진짜 우리 주변에는 죽어서도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한 채 떠도는 魄의 존재를 믿게 만들어 놓았다.


사람이 죽어 편안히 저 세상으로 가는 걸 魂 이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어떤 모습으로라도 누군가의 눈에는 보인다는 설명을 하는 순간엔 오싹해졌다. 사람에게 죽음과 죽은 자에 대한 존재의 부각은 어떤 이유에서든 무서울 수 밖에 없다. 어린 시절부터 죽은 자의 무서운 비주얼이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가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때문이다.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 귀신이나 몽달 귀신이 아닌, 며칠전만 해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만사에 즐거워했던 사람이 죽었음애도 마치 산 사람처럼 다가온다는 생각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눈이 크면 겁이 많다는 속설답게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인 서우는 그 큰 눈망울을 좌우로 굴리며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등장한다. 며칠전 본 영화 <자칼이 온다>에 나왔던 주민하는 이 영화에서 처녀 무당으로 등장, 역시 흰자위를 번뜩이며 뭔가에 씌인 듯한 연기를 한다. 누군가를 괴롭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속죄 이런 수축된 심리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공포의 여러 가지 비주얼 및 설정과 맞물려 의미있는 호러물 한 편으로 등장한 셈이다.

 

 

 

 

 

 

 

 

 


노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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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주헌
출연
서우, 현성, 주민하, 백서빈, 은우
정보
판타지, 공포 | 한국 | 89 분 | 201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