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살인소설 - 좋은 글은 강박에서 나오는 걸까?

효준선생 2012. 11. 17. 00:12

 

 

 

 

 

 

 

  한 줄 소감 : 보고난 뒤끝이 개운치가 않다. 살인소설은 공포영화라는 반증이다.

 

 

 

 

글을 써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직업을 가진 작가쯤 되면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느껴서인지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소위 트렌드를 따르다 보면 일단 팔리는 글을 써내야 한다. 한때는 엄청난 인기작가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는데 시간이 흘러 어느새 잊혀진 글쟁이가 되고 가족에게도 무시당하는 아버지와 남편으로 살고 있는 미국의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엘리슨, 꽤 오래전 켄터키 블러드라는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르포소설로 이름을 날린 바 있는 그는 신작을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상태다.


영화 살인소설은 한 작가의 강박과 그로인한 헛것보기라고 여겨졌다. 물론 엔딩에선 생각지도 못한 설정이 자못 무섭기도 하고 다소 당황스럽게도 느껴졌지만 그걸 제외하면 전편에서 흐르는 情調는 강박이었다. 작가에게 좋은 글을 써야하는 것은 숙명이자 과제다. 그런데 그걸 하지 못하고 있으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일부러 살인 사건이 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의 빈집에 이사까지 와서 생동감 넘치는 후속작을 써볼 요량이었지만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다름 아닌 다락방에 남겨진 8밀리 영화 테이프였다. 그 테이프 안에 찍힌 영상들은 이미 수 십년이나 지난 살인 사건의 현장을 담은 모습들이고 그걸 보는 엘리슨의 주변엔 자꾸 기괴한 일들이 발생한다.


무서운 것을 본다는 걸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표현한다. 영상을 보고 있는 건 엘리슨인데 관객들은 자꾸 엘리슨의 반응과 동일시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영상안에 혹시 범인의 단서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엘리슨의 반박자 빠른 반응 때문에 맥이 끊긴다. 그것도 놀람을 야기하려는 감독의 장치로 보이는데, 후반부에 실제 귀신의 모습을 한 아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이 영화에서 귀신이라는 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말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허둥거리는 엘리슨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려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영화는 실제와 허구를 오락가락하며 놀래키는데 주력한다. 본격 공포영화라는 타이틀을 배제한 이유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공포물이 맞다. 귀신이 나오고, 움직일 수 없는 물체가 움직이고,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공포의 주체가 스크린을 2차원의 세계로 만들어 버리면 시큼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엘리슨이 느끼는 공포와 그걸 극복해나가는데 필요한 과정은 뒤로 갈수록 진해지는데, 그런 노력의 결과가 생각보다 치밀한 단서와 연결되지 못함이 아쉽다. “왜 그가?” 라는 이유에 “맞다..”.라는 대답을 쉽게 내리기 어려웠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영상 속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 내거나 그 범인으로부터 쫒기거나 탈출하는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도 범인이 중요한 것이 아닌 엘리슨이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곳에 예전 누가 죽었던 자리일 수도 있고, 내가 죽고 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이곳에 와서 살 수도 있다. 모두 원한을 갖고 살다 죽은 것도 아니고 설사 원한을 갖고 죽었다손,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에게 분풀이를 할 필요는 없다. 물고 물리는 연쇄 살인의 고리를 드러내는 작업은 놀라운 엔딩 반전이라는 영화적 장치일뿐이고 더 중요하게 본 것은 자신의 역작을 더 이상 드러내지 못하는 한 남자의 고뇌라고 보았다. 그의 아들이 야경증을 앓고 있듯, 그 역시 강박에 쫒겨 살고 있는 건 심리적 스트레스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살인 소설 (2012)

Sinister 
8.8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에단 호크, 빈센트 도노프리오, 제임스 랜슨, 프레드 달턴 톰슨, 빅토리아 리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10 분 |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