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 - 사랑도 박수처럼 손뼉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효준선생 2012. 11. 15. 00:28

 

 

 

 

 

  한 줄 소감 : 강릉, 그곳에 가고 싶다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은 앞서 발표된 감독 겸 제작자이자 스폰지 극장주인 조성규의 영화를 본 적이 있던 관객이라면 웃음 코드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김태우와 예지원이라는 상당한 팬들을 가진 남녀 배우를 앞세운 이 영화는 바로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영화 속에서 보이는 많은 미쟝센들은 바로 감독의 취향이었다.


김태우와 예지원 그리고 강릉의 카페. 서울과 강릉을 오고 가는 남녀의 엇갈린 행보를 위트와 해학으로 버무린, 그래서 어떤 감독의 스타일을 오마주 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비딱한 촉수는 거둬들이고 오로지 두 남녀, 직장도 있고(결코 백수 아니다) 나이도 적령기는 좀 지나보이는 그들이 펼치는 밀당에 주목한다면 이 영화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보다 재미있다. 두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적이지만 무엇보다 둘러싸고 있는 배경들이 의미가 있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글쎄 조인성이다. 그는 쉴 새 없이 시나리오를 쓰는데 주인공 이름이 해일과 강희다.

 

재미있는 설정은 여러군데서 등장한다. 주말 서로의 집을 바꿔가며 살자는 계약을 하는 장면들과 어느 정도 친해진 뒤에 주고 받는 여러 이야기들이 진솔하면서도 위트넘치는 대사체들인지라 웃음이 여러번 나왔다. 또 감독의 전작들과 그가 운영하는 카페와 극장이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 그의 영화 설마 그럴 리가 없어를 재미있게 보았는데 영화 장면이 잠시 나오기도 하고 동명의 주제가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유력한 조연 백원길이 참여한 웃음의 대학이 극중 유정이 관람하는 연극의 한 장면으로, 비록 까메오 출연이지만 전작 맛있는 인생의 류승수도 웃음을 주었으며 영화 맛있는 인생에 인색한 평점을 주는 평론가에 박해일이 목소리 출연을 했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강릉에서 찍었는데 요즘 강릉이 커피라는 화두로 조명을 받는 중인지라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커피 한 잔 마시러 강릉에 가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는 맛난 먹거리도 상당수 등장하며 그 중에서 복어는 조연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강릉이 말고도 서울의 해방촌이 여러 번 나오며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모조리 없애기만 하려는 행정가와 건설마피아들의 행동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해방촌 아랫자락에 있는 학교를 나온 탓에 그 동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하나도 변하게 없어 보였다.


큰 주목받지 못하는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약간은 허세스럽고 붙임성 좋은 인성과 달리 유정(예지원 분)의 캐릭터는 어딘지 좀 어두워 보였다. 늘 사랑에 친 듯한 이미지다. 그녀의 사연의 중심에 바로 “김박”이 있다는 건 재미로만 보기 어렵다. 한번 사랑에 덴 여자와 그런 여자에게 마음을 열어보려는 남자. 멀고도 먼 서울과 강릉을 오고가며 키워가는 사랑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독신남녀의 혼자살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공기좋은 지방에서 살아보고 싶지만 문화생활을 할 수 없는 답답함 때문에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주말이면 서울로 와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는 그녀의 생활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 영화는 연출자가 그동안의 영화계에서 쌓아올린 힘을 중간점검하는 차원의 결과물이었다. 잘되어 할텐데를 입에 달고 사는 걸 보니 이 영화 잘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니 만큼.

 

 

 

 

 

 

 

 


내가 고백을 하면 (2012)

The Winter of the Year was Warm 
9.3
감독
조성규
출연
김태우, 예지원, 서범석, 안영미, 백원길
정보
드라마 | 한국 | 100 분 |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