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범죄소년 - 혈연적 운명은 시나브로 되물림된다

효준선생 2012. 11. 14. 00:15

 

 

 

 

 

  한 줄 소감 : 어느새 자기 키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에게 업혀본 엄마라면...

 

 

 

 

 

한국에서 혈연은 지연, 학연과 더불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외부조건중의 하나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처럼 빈번하게 한국 문화 컨텐츠로 등장하는 이면에는 그만큼 책임지지 못할 행동의 뒤 끝이 앙금처럼 남아있어서다. 그런데 이 혈연도 어쩌면 유전이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한 편이 등장했다. 바로 영화 범죄소년이다.


영화의 시작은 한 소년을 클로즈업 하면서 시작한다. 겉으로 보기에도 불량스러워 보이는 아이들은 대낮에 집을 털고 그 집 주인에게 들키면서 각각 거기에 맞는 수형생활을 한다. 아직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소년원에 들어가 교화를 받는데 영화의 주인공 장지구는 그곳에서 1년 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가 소년원에 가야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사회에선 그 아이를 돌봐주어야 할 보호자가 없다는 말과 같다. 병든 할아버지와 어렸을때 자신을 버린 엄마가 있다지만 소년에겐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


영화 속 지구의 캐릭터는 소년원에 들락거릴 정도의 문제아로 보이지는 않는다. 병든 할아버지의 투병에 마음 아파하고, 불쑥 자신을 찾아온 젊은 엄마 앞에서 크게 화를 내거나 탓하지도 않았다. 세월에 지친 것 같지도 않지만 소년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보다 하룻밤 잠자리와 한 끼 식사다. 소년이 엄마와 만나 아슬아슬한 모자의 랑데부 생활을 보내는 와중에 이 영화가 혈연의 되물림을 소재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끼어든다.


정리를 해보면, 자신의 엄마는 미혼모다. 즉,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거기에 이제 자기가 어떤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그 아이 역시 자신을 버린 부모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 영화는 절묘한 끈을 이어붙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로를 지켜주는데 익숙하지 못한 철부지같은 모자가 자리하고 있다. 아직 젊은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위해 뭐든지 하며 잘 대해주고 싶지만 마음 같지 않고, 아들은 그런 엄마를 보면서 마뜩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모자에게 세상은 고달프고 험악하다.


이들 모자에게 돌파구가 있다면 그건 비현실적인 희망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지 못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이 이 영화 후반부에 등장한다. 그 진정성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결국 그들이 있어야 할 장소는 함께 하니 격리라는 설정이 마음이 아프다. 엔딩 장면에서 엄마가 함께 살 집을 구하는 모습에서 이들 모자의 해후가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영원한 행복을 차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여류 감독이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디테일이 좋다. 신인 배우와 자신 역시 아역에서 출발해 이제 어엿한 30대가 된 이정현의 호흡도 좋았지만 비운의 인연을 섬세하게 그려낸 감독의 연출이 좋았다. 소년원을 배경으로 불안하기만 한 청소년의 시각과 그 지난한 과정을 자신도 분명 거쳐 왔을 법한 한 여자, 아니 엄마로서의 자리매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면 이 영화 상당히 괜찮다.

 

 

 

 

 

 

이 두 사람이 엄마와 아들로 보이나요? 전 대학생 누나와 고등학교 남동생으로 보입니다.

배우 이정현의 만년동안 미모는 이 영화의 옥의 티네요^^

 

위의 세 스틸 사진은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그리고 조사를 받고 경찰서에서 나오다가

아들이 엄마를 업어준다고 하는 장면은 정말 콧등이 시큰해지더라구요.  

 

 

 


범죄소년 (2012)

Juvenile Offender 
8.8
감독
강이관
출연
이정현, 서영주
정보
드라마, 가족 | 한국 | 107 분 |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