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업사이드 다운 - 사회양극화, 견우와 직녀처럼 사랑하다

효준선생 2012. 11. 12. 07:00

 

 

 

 

 

  한 줄 소감 : 두 남녀의 사랑타령보다 사회 양극화가 더 자극적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파란 가을 하늘이 참 높다는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저 하늘위엔 무엇이 존재할까 잠깐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파란 색 말고도 흰 구름도 없는 가을날엔 무의미한 공상같다. 그런데, 영화 업사이드 다운을 보면 올려다보는 하늘엔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아니라 마천루가 가득한 메가시티가, 그리고 그들의 눈엔 황량하고 피폐한 낡은 슬럼가가 비춰질 뿐이다.


이 영화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몇 가지 이론을 나레이션을 통해 언급하지만 실상은 대부분 작가적 상상력의 발로일 뿐이다. 중력이 대표적인 화두인데, 인간이 땅에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것부터 젊은 시절 팽팽하던 주름살이 처지는 이유도 다 이 중력의 법칙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영화에선 만약 역중력, 다시 말해 내 몸이 땅이 아닌 하늘쪽 공간으로 끌어 올려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의구심에서 이 영화의 신비로운 장면들은 연출되었다.


쉽게 말해 두 개의 지구가 하늘을 공유하고 있다고 치자. 각자의 행성은 땅위의 모든 것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각각 제 땅위에서 잘 살면 그만인데, 간혹 남의 나라의 떡이 더 커보여서인지 물자 수탈을 감행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상부국과 하부국으로 나뉘는 데 그렇게 된 이유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부국은 상부국에서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땅이 되었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하층민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상부국이라고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없어서 인지, 자원말고 우수한 인재도 채용해 그들이 가진 재능을 약간의 돈을 주고 사려는 시도도 한다.


이 부분에 이르면 과연 이 영화는 카피처럼 중력을 거스린 사랑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빈부 양극화 문제를 다룬 사회성 강한 영화인지 다소 헛갈리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 주인공인 아담은 상부국과 하부국을 이어주는 트랜스월드 제로층, 즉 경계층에서 일하게 되는데 그 공간이 매우 독특하다. 고개를 들면 자신과 반대로 상부국의 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아담이 그 자리에 온 이유는 자의적으로는 10년 전 우연히 만났다가 헤어진 상부국의 여자와 조우하기 위해서이고 타의적으로는 상부국이 그가 발명한 안티 에이징 크림의 기술을 알아내기 위해 채용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사랑이야기와 재벌들의 인적자원 독점등을 꼬집는 이야기로 나뉘어 진행이 되는데, 그 과정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되어 있다.

즉, 하부국의 아담이 상부국으로 올라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착용하는 균형추는 시간 제한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불이 붙는다는 설정도 긴박감과 코믹함을 선사한다. 거기에 과거의 사고로 인해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 에덴의 반응도 의미가 있다. 그녀는 잠깐이었지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남자가 하부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견우와 직녀가 일년에 한번 칠석날 오작교에서 만나듯 이들의 만남도 참으로 기구하다. 남과 북의 민간인 접촉이 불가하듯, 이들이 모처에서 운우지정을 나눌 찰나에 등장하는 국경 수비대들의 총질은 무엇이며, 만약 이들이 나중에 결혼이라도 한다면 그 아이들은 어느 쪽 중력의 원칙을 따를 것인가?


영화의 영상이 유려하고 마치 우주의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들고 위 아래 공간을 뒤집어 보여주는 바람에 약간의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 이 영화 보면서 만약 지구도 이런 모습이라면, 자신이 상부국 국민인지, 하부국 국민인지 재단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업사이드 다운 (2012)

Upside Down 
7.5
감독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출연
커스틴 던스트, 짐 스터게스, 제인 헤이트미어, 닐 네피어, 돈 조던
정보
SF, 판타지 | 캐나다, 프랑스 | 108 분 | 201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