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나우 이즈 굿 - 지금 이대로처럼 살 수 있다면...

효준선생 2012. 11. 10. 07:00

 

 

 

 

 

 

 

 

  한 줄 소감 : 더이상 살 수 없다는 것보다, 즐겁지 않게 살고 있음이 싫었다 

 

 

 

 

 

백혈병에 걸린 소녀 테사, 오랫동안 항암치료를 받은 뒤끝이라 짧은 머리가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늘 눈물만 짓는, 시한부 삶을 한탄하는 소녀의 전형이 아니다. 어쩌면 더 이상의 치료가 희망이 되어주질 못한다는 걸 알고는 그녀는 무의미한 치료보다, 사는 그날까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가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싶어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심정은 얼추 비슷할 것이다. 처음엔 경악, 비탄을 오고가다 언제부터인지 체념과 한숨이, 그리고 병세로 인한 고통과 죽음이 임박하면서 노골적으로 커가는 두려움등. 태어날 때 혼자 그랬듯, 죽을 때도 혼자 그래야 한다면 결국 죽는다는 것에 대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심리적 변화 역시 스스로 감내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겪어봐서가 아니라 지켜봐서다.


영화 나우 이즈 굿의 십대 후반의 소녀에게 닥친 불치병은 분명 그녀에게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점에게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앞 부분을 담대하게 절개해버리고 그녀의 죽기전 하고픈 일들을 어떻게 해나가는 지를 소개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소위 버킷리스트라고 하여 하고픈 일들의 목록을 만들어 가는데, 테사는 그걸 자기방 벽에 적어 놓았다. 그리고 커튼으로 가려놓았다. 수시로 들춰보며 마치 목표물을 노리는 듯한 맹수의 자세로 전투적으로 임하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하나뿐인 친구 조이가 있다.


그냥 평범한 10대 소녀라면 그녀들의 행동은 범죄다. 그래서 중간에 남의 물건을 훔치고 훈계를 받으면서 자기가 죽을 운명임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테사의 모습에서 당황하는 건, 아직은 살 날이 많은 남겨질 그들이었다. 죽음을 매일 생각할 리 없는 그들이 앞으로 곧 죽는다는 소녀의 언변이 얼마나 황당할까 하지만 테사와 그녀의 친구 조이에겐 어쩌면 살아서 마지막의 일탈행위가 될지도 모르는 중요한 일들이었다. 영화는 그녀들이 막나가는 장면만 집어넣어 삶을 경시하거나 혹은 범죄행각에 면죄부를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녀가 혼자서 해나가는 버킷리스트외에 누군가와 함께 풀어야할 숙제를 앞두고는 이웃집 훈남을 등장시킨다.


소녀에게 오빠같은 자상함과 멀리서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외모의 이웃집 오빠란 감동이다. 대신 볼날이 얼마 없어서 탈이지, 게다가 그 오빠 내가 아픈 걸 알고도 끝까지 함께 있어주겠다 하니, 그것만으로도 소녀에겐 희망인 셈이다.


죽을 소녀의 이야기지만 테사의 눈물은 보여지지 않았다.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슬픔으로 눈물이 그렁하지만 대성통곡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대리 화풀이를 하지도 않았다. 오랜 투병생활을 뒷바라지 해온 아버지와 아직 철없는 남동생, 그리고 따로 사는 엄마도 모두가 그녀를 잘 보내주려는 마음 뿐이다. 이제 소녀에게 남은 건 많아 보이지 않았다. 벽에 티벳 탱화만큼 빼곡하던 버킷리스트도 하나 둘 지워지고 남겨진 자들에게 희미한 웃음만을 남겨줄 시간이 다 와간다.


소녀가 힘차게 런던의 어느 뒷골목을 달리는 장면을 삽화처리해서 보여주는 오프닝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픈 환자가 맞나? 간혹 코피를 흘리지만 그녀는 병으로 죽어가기에 너무 아프다라는 것 보다, 이렇게 죽어가면서도 긍정적 마인드를 세상에 전파할 수 있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슬픈 情調는 배우들이 우는 것만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웃고 있어도 슬픔이 배어나와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전이되는 슬픔이 진짜 슬픔이다. 아역배우에서 시작해 어느덧 성숙미가 뚝뚝 떨어지는 처녀가 된 다코타 패닝과 한국 배우 김수현과의 광고촬영으로 성가를 높인 카야 스코델라리오의 우정, 그리고 영국의 신예, 제레미 어바인의 훈남, 훈녀의 삼각편대는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한결 개운하게 만드는 비주얼의 효과를 톡톡하게 보여주었다.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하니 힐링이 따로 없는 셈이다.

 

 

 

 

 

 

 


나우 이즈 굿 (2012)

Now Is Good 
7.9
감독
올 파커
출연
다코타 패닝, 제레미 어바인, 카야 스코델라리오, 올리비아 윌리엄스, 패디 콘시다인
정보
드라마 | 영국 | 103 분 | 201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