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가족시네마 - 댁네 두루 평안하신지요?

효준선생 2012. 11. 11. 00:11

 

 

 

 

 

 

    한 줄 소감 : 옴니버스도 강렬한 주제를 공유할 수 있다면 장편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두어 달 전에 본 화이팅 패밀리중의 한 편인 인 굿 컴퍼니가 이번엔 가족 시네마라는 단편 모음에 들어가서 개봉했다. 이미 본 사람들의 입소문에 따르면 인 굿 컴퍼니 말고 나머지 세편도 다들 수작이라고 하니 궁금도 하고 확인기회도 있어서 직접 보고 왔다. 단편이니 만큼 개별 작품으로 나누어 리뷰를 작성해 본다.

 

 

 

 

 

 

 

[순환선]


마흔 후반 쯤 된 남자가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전전한다. 마치 회사에서 나와 외근이라도 다니는 영업사원처럼 보이지만 어딘지 불안해보였다. 아침 집에서 나오는데 만삭의 아내와 딸은 오늘 나올 보너스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이 남자 실직한 지 꽤 되었다. 영화 중반에 남자가 다녔던 여의도의 한 회사가 등장하지만 이미 둥지를 떠난 전직 직원에게 쏟아지는 건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회사는 그런 곳이 맞다. 동료는 있을때나 이야기다. 이런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이야기는 지하철로 돌아간다. 애를 들쳐 업은 젊은 여자가 구걸을 한다. 천원을 집어 주었지만, 행색이 심상치 않다. 그녀의 정체는 누구일까?


남자의 딸은 아빠에게 이런 말을 한다. 잘 키우지도 못하면 차라리 낳지 말던가 아니면 차라리 낳아서 잡아 먹는게 낫다며 암탉 이야기를 꺼낸다. 임신과 출산의 행복도 잠시, 아이들이 자라면 어느덧, 부모에 대한 고마움보다 태어난 것에 대한 냉소적 반응을 더 크게 보인다. 이 영화는 어느 실직가장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소 시니컬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신수원 연출

 

 

 

 

 

 

 

 

[별 모양의 얼룩]


요즘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다작 배우로 올라서고 있는 김지영의 영화다. 유치원 캠핑을 갔다가 단체로 사고를 당한 뒤, 가족들은 버스를 타고 현장에 간다. 다들 자기 자식은 살아있을 거라고 믿으며, 목격담을 꺼내는 가게집 남자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어보지만,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 엄마는 뭔가를 깨닫는다.


부모가 죽으면 머리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의 피붙이를 잃어버린다는 고통은 견딜 수 없다. 평범했던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뭉개버린 후유증을 통해 이 영화 역시 하나에다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지만 셋에서 하나를 빼면 남은 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며 슬픔을 토닥여준다. 홍지영 연출

 

 

 

 

 

 

 

 

[E.D 571]


2029년이 다가는 어느 날, 12년전 가난한 여대생이 등록금과 빚을 갚기 위해 난자 기증을 했고, 그로인해 졸지에 생물학적 엄마라며 찾아온 열 두 살 여자아이앞에서 쩔쩔 맨다. 이른바 미래버전의 과속 스캔들인 셈인데, 독특하게도 가까운 미래를 사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모호하게 잡아 나갔다.


미래의 컨셉에 딱 맞는 타운하우스와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국가대표 감독 박지성, 그리고 아이들의 범죄가 극성을 부리면서 감옥에 들어갈 수 있는 나이가 12세로 낮춰졌다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 그걸 자신의 삶으로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그녀는 불쑥 찾아온 딸을 맞아 줄 준비가 되어 있을까? 오랜만에 선우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 굿 컴퍼니]

 

부제는 반어법이다. 좋은 회사에서 라니, 그 좋은 회사가 보여주는 살벌한 생존경쟁과 종결은 울림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실제 아이를 낳고 회사도 다니고 또 키워야 하는 한국의 소위 알파걸에게는 마음을 쓰리게 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추가로 역지사지라는 고사성어도 떠오른다. 타인에게는 인내하자, 극복하자며 달래거나 어르지만 자신에게 똑같은 일이 닥쳤을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대단히 극적인 장치를 통해 보여준다.


임신은 축복받을 일이다. 특히나 요즘 같이 아이를 적게 낳으려는 세태에선, 하지만 아이를 더 낳으라며 박수를 쳐주는 곳은 엉뚱하게도 돈벌이를 하는 직장은 예외로 한다. 임신을 해서 야근도 못하고 툭하면 조퇴를 하고 아이를 낳고 몸을 추스르는 기간엔 별도의 인건비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그들, 근데 막상 자신들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그래도 감수할 수 있겠는가? 이 영화는 대결국면이 두 개가 있다. 임신과 출산을 앞둔 대리에게 권고사직을 강권하는 남자팀장, 그런데 알고보니 자신의 와이프 만삭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은 여사원 간의 배신때리기다. 처음엔 여자직원의 권익을 도모한다며 태업을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하나 둘씩 현실을 따르는 그녀들의 모습이 마냥 비난만 하기엔 마음이 짠했다.

 

 


가족 시네마 (2012)

Modern Family 
9.3
감독
김성호, 이수연, 신수원, 홍지영
출연
정인기, 김지영, 선우선, 이명행, 지우
정보
드라마 | 한국 | 125 분 | 201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