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우물밖 세상에서 목청껏 노래하다

효준선생 2012. 11. 10. 00:51

 

 

 

 

 

 

 

  한 줄 소감 : 그들은 노래를 하고 도전을 한다. 근데 난 뭐하고 있나? 우물안 개구리처럼

 

 

한국에서 언더그라운드 락밴드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소위 락 매니아들이 아니고서는 들어본 적 없을 법한 수많은 무명의 락밴드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 어느 지하연습실에서 내일의 여명을 기다리며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드리다 라면을 흡입하고 있을지 모른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은석은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미국투어에 동행하며 새삼스런 말을 했다. 아무리 손가락에서 피가 나게 열심히 연주하고 목청껏 노래를 불러도 알아주지 않는 한국이 아닌 더 넓은 시장으로 나와 맨몸으로 부딪치는 이들을 보라고. 거기엔 새로운 기회가 있다.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3인조 락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자비를 들여 미국 투어에 나섰다는 사실 하나로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 취재한 이야기다. 자기들이 좋아서 가는 고생길을 무엇하러 영화까지 만들었냐고 한다면 이들이 말하는 현실이 바로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의 초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바보, 백치, 얼간이라고 부르며 희화화 하고 무대위에서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크게 내세울 것도 없는 이들이, 정말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는 낯선 땅 미국, 그것도 한인이 많이 살 지도 않는 텍사스 시골동네를 전전하며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가수 싸이가 유튜브에 뮤직비디오가 노출되면서 세계적 스타가 된 바 있지만 이들에겐 그런 기회가 그냥 와줄리 없기에 발로 뛰며 사람들도 만나고 극소수의 관객앞에서도 열심히 노래를 불러야 하는 이유다. 그들은 말한다. 한국에서 떠나 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가요 순위에 연연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가수 생활이었다면 이곳에선 자기가 좋아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그걸 듣는 관객들도 가수의 이름값이나 랭크 순위에 구애받지 않고 몸으로 귀로 받아들여준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전자가 경주마라면, 후자는 야생마라고 비유할 만 하다.


그렇다. 이 영화 보면서 제 나라의 음악 장르도 아니고 온 국민이 즐기는 장르도 아니기에 마치 그들만의 음악으로 치부되는 락을, 락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는 그곳에서 선을 보이며 하나가 됨을 느끼는 건, 비단 음악만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마찬가지다. 단 한번도 그런 희열을 느껴본 적 없는 멤버와 따라나선 이들에겐,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겐 신기한 체험인 셈이다.

 

남루하기 짝이 없는 공연장, 창고도 좋고 피잣집 지하공간도 좋다. 대학 내 작은 공간도 좋고 로데오 오락기계 옆도 좋다. 이들은 그 어디라도 늘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였다. 누가 알겠는가 유력 음악관계자가 그곳을 지나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필이 꽂혀 스카웃이라도 될지. 그렇기에 이들에겐 마당 탓을 할 겨를이 없다. 3주 동안 19차례라는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고 그 넓은 땅을 누벼야 했다.


멤버들의 재미있는 캐릭터와 미국 투어 중에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웃음을 선사한다. 중간에 그들의 음악이 들려지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서 전곡을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올해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수 등장했다. 이 영화도 다른 영화에 못지 않는 울림이 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 (2012)

Turn It Up to Eleven 2 : WILD DAYS 
10
감독
백승화
출연
갤럭시 익스프레스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1 분 |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