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개들의 전쟁 - 내 밥그릇은 빼앗길 수 없지

효준선생 2012. 11. 9. 00:14

 

 

 

 

 

 

  한 줄 소감 : 여자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남자들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경기도 포천의 어느 마을에서 터미널 다방을 운영하는 마담과 여직원 둘, 이곳을 아지트 삼아 동네 건달들은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있다. 얘네들 말고 이 동네엔 다른 건달은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나름 숫컷 냄새를 풍긴다.


영화 개들의 전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재미있다. 제목과 포스터만 보면 무슨 조직폭력배들의 무자비한 살육극 같아보지만 내용은 시골 읍내에 기숙하는 “쌩 양아치”들의 허세를 코믹스럽게 그린 해프닝 극이었다. 인물들의 나이가 좀 어리면 학원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뭔가에 들떠 우르르 몰려다니는 치기 어린 숫컷들의 성장기록이라고 말해도 좋으련만, 대충 나이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그들에게 하루 하루 일상은 빚이나 받으러 다니고 남는 시간에 다방에 죽치며 노닥거리는 게 일이다.


태어나 단 한번도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던 무리들이 나름 조직이라고 위계질서 잡아가며 거들먹거리는 와중에 전직 골목대장이 나타났다. 고요한 강물에 짱돌 하나 던졌더니 파장이 만만치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이제 신물나는 과거로 돌아가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신세가 된 셈이다.


전직 보스 세일이 떠난 빈자리를 별다른 저항없이 물려받은 상근을 최전선에 내세우고 소위 그의 똘마니들의 사연있는 행동거지는 의리로 똘똘 뭉쳐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내뿜는 듯 보였지만, 과거의 “짱”이 다시 등장하자 이들이 보여준 처세술은 기성세대들의 그것과 하등 다르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일등이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고개를 숙여야 하다니 아랫 것들앞에서 면이 서질 않는다. 그런데도 어쩌랴 얻어맞기 싫어 쓰린 속을 달래야 하겠으니, 그래도 아이들은 그런 형님에게 등을 돌리는 추한 모습은 결코 보이질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형님”이 언젠가 승리할 그날이 올 거라 믿었던 것인지. 근데 그 “형님”이 오늘 또 얻어맞는다. 아주 처참하게. 그런데 왜 이 장면이 그렇게 웃기는지 모르겠다. 잠재한 가학성이 도진 모양이다.


이 영화는 7명의 남자들의 한번도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다가도 자기보다 센 놈이 나타나면 꼬리를 내리는 모습의 중간급 맹수와 참 닮았다는 느낌이다.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나 호랑이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다가도 사슴이나 임팔라 앞에서는 동물의 제왕이라도 되는 양 거칠게 사냥을 하는 하이에나처럼 보였다. 심지어 사자가 한 마리만 남아 있으면 역습을 가하기도 하는.


2인자인 충모가 다방 레지를 연모하는 바람에 세일의 심사가 뒤틀린다. 충모가 세일을 린치하고 잠적하자 세일은 아이들을 불러 모아 “몽둥이 빳다”를 선물한다. 재미있는 건 충모가 사라진 이유도 잘 모르면서도 남아있는 아이들은 이 어처구니 없는 몽둥이 세례를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런 영화를 보면 간혹 아랫 것들의 배신같은 것도 보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골치아픈 꼼수는 넣지 않았다. 변화구 없이 직구만 던지는 신인 투수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구종을 알 수 없는 공이 한 두개 들어오며 웃음으로 승화된다. 극과 극이 부딪치면 쨍하는 소리가 나겠구나 싶은데, 이 영화는 그런 상투적인 공식을 거부한다.


손자병법 36계중에서도 줄행랑이 최고라더니 이들에게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센 척하면서도 아무 실속도 없고, 그럼에도 결코 기죽지 않는, 아직은 순수함이 남아서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양아치라고 부르며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숫컷들의 속내를 경쾌하게 그려낸 재미난 영화로 추천해본다.

 

 

 

 

 

 

 

 

 


개들의 전쟁

All Bark No Bite 
8.8
감독
조병옥
출연
김무열, 진선규, 서동갑, 김현정, 조민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95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