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반딧불 언덕에서 - 응답하라 1977

효준선생 2012. 11. 7. 00:01

 

 

 

 

 

 

  한 줄 소감 : 현실이 고달프니 다들 추억만 먹고 사는구나

 

 

 

 

 

영화 반딧불 언덕에서는 한 사내아이가 1977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유로 이 영화를 추억여행을 포함한 힐링무비 범주에 넣는 것 같은데 다시 시간을 따져보면 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라면 12살이라 하고 그 아이에게 70년대의 추억이 있을 수 있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오늘을 사는 아이의 과거 회귀 영화가 아니라 그 시절을 겪었던 초등학교 6학년, 즉 1960년대 중반을 살았던, 그래서 1977년이 그 아이의 초등학교 시절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라 해야 맞는다.


유타는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늘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을 그리워 하며 여름방학이면 아버지와 함께 나갔던 곤충채집을 하러 혼자 길을 나서다 묘한 할아버지를 만나 물을 준다. 그리고 급류에 휩쓸려 어느 시골 마을로 떨어지는데 그 마을의 풍광들은 유타에겐 아주 낯선 곳이 아니다. 다시 말해 공간만 바뀌고 시간은 동시대를 살던 아이의 이야기가 맞는 셈이다.


대신 거의 깡촌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서 신비한 여자아이인 사에코와 개구쟁이 친구 켄조를 만나며 아버지의 빈공간을 친구로 대신한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이제 부모의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 벗과 더 많은 시간을 즐길 나이가 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곳에서 여름 방학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유타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 세상을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 물론 중간 중간 자신을 이곳으로 이끌어준 신관 할아버지의 조언도 들어가면서.


타임슬립 영화이라 그런지 77년 즈음의 일본 농촌 모습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구닥다리 괘종시계와 선풍기, 다이얼 전화, 텔레비전 수상기등이 눈길을 끈다. 대신 지금 가지고 있는 휴대폰 전화는 급류에 휩쓸려 없어진 것으로 처리한다. 조건은 잘 갖춰진 셈이다. 그러고 남은 것은 감독의 기억 속에 자리한 옛 이야기들이다. 곤충채집을 하고, 불꽃 놀이를 하고, 야시장 축제를 구경하고 그리고 사춘기가 막 시작할 무렵 만난 한 소녀의 모습들이 이 영화를 당시를 살았던 지금의 중년들에겐 추억을 선사한다.


복고를 떠올리게 하는 많은 문화 컨텐츠의 등장은 그걸 소비할 대중들이 이제 긴 삶의 여정의 중반쯤 와서 잠시 쉬면서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타이밍이다. 그들은 약간의 금전적 여유는 있지만 급하게 달려오면서 놓쳤던 어린 시절의 추억의 이야기를 이런 만화영화를 보면서 되새김질 하게 된다. 비록 타의에 의해 추억이 일깨워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시간만큼은 행복하다.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프는 댐 건설로 인한 마을의 수몰과 그 동네의 아이들에겐 수호신이나 다름없는 반딧불이다. 마을이 수몰된다는 말을 전하며 켄조가 이런 말을 한다. 개발이 되면 추억은 다 사라진다는 걸 어른들은 모른다고. 맞는 말이다. 아이들의 추억마저 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다는 걸, 그리고 마을을 지켜주는 것으로 믿었던 반딧물도 결국 사라진다는 걸. 이 영화는 애통해 한다.


엔딩즈음 이제 다 큰 어른이 된 그들은 다시 조우한다. 서로를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 반딧불이 보이고 우연히 손을 잡은 유타와 사에코는 직감으로 느낀다. 그가 누구인지를. 세월은 흐르고 좋았던 추억은 기억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충격을 받으면 그제서야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나에게도 타임슬립의 기회가 생겨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난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솔직히 자신은 없다. 추억을 담고 사는 것조차 게을러 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말보다 그냥 만화영화라는 표현이 적절한 이 영화는 화면은 거칠다. 가끔은 인체와 배경이 뭉개져 보일때도 있다. 하지만 칼날처럼 떨어지는 그림보다 그런 아날로그스러운 장면들이 보기 편할 때가 있다. 

 

 

 

 

 

 

 

 

 


반딧불 언덕에서 (2012)

Rainbow Fireflies 
10
감독
우다 코노스케
출연
타케이 아카시, 키무라 아유미, 닛타 카이토, 사쿠라이 타카히로, 노토 마미코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 일본 | 105 분 | 201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