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데미지 - 이 파국적 사랑에 열병처럼 퍼져가는 느낌은 뭘까?

효준선생 2012. 11. 5. 00:03

 

 

 

 

 

 

   한 줄 소감 : 이래서 상처받는 사람은 버겁다. 누구든 상처없는 사람이 있을소만...

 

 

 

 

 

프랑스가 사랑하는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 멜로 영화 포스터에 대놓고 얼굴을 선보이는 많지 않은 배우중의 한 사람, 세월은 흘러 그녀도 내년이면 지천명이다. 세월은 그녀를 비껴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남긴 영화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 데미지 속에서 그녀를 보는 순간, 그녀가 맞나? 싶었다. 극중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부인 역할이 지금의 그녀가 해야 할 정도의 세월의 흐름이라면 이 영화에서 그녀 나이 스물 여덟은 말 그대로 여자배우로서 가장 예쁠 나이인 셈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그녀가 연기한 안나는 그저 온실 속의 화초만큰 러블리하지가 않다. 오빠의 자살에 자신이 연루되어 있고, 엄마는 자신의 인생에 걸림돌처럼 작용한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고위직 관료인 스티븐과의 “첫눈에 반한 사랑”에 마치 열병에 걸린 듯 행동하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그녀는 한 가족을 파괴하기 위해 잠입한 스나이퍼나 되는 듯 싶었다. 순박한 사슴의 눈을 한 그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이중 플레이를 하는 듯한 모습은 요부의 그것이었다.


남자의 바람기, 이 영화에서 큰 당위성은 없다. 그저 첫눈에 반했고 그녀가 친아들과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라는 사실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그녀와 합치기 위해 현재의 결혼마저도 포기할 심산이라고 털어놓는 모습에서 중년 남성의 이해하기 어려운 심사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장인의 도움으로 장차 한 나라의 장관자리까지 오를 예정인 그가 취하는 어린아이의 치기어린 행동에 과연 그녀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걸까?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힘겹지만 나름 담담하게 털어놓고 나자, 그녀의 옛사랑과 우연히 만나는 장면 이후에 그가 보여준 행동은, 정말 그녀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이 남자에게는 사랑의 결핍이 있구나라는 느낌이 반씩 생겼다. 그녀의 아내는 역시 아름다웠고 현명했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음을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분위기를 띄우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일부러 내색조차 하기 싫었던 건, 지금의 평화를 깨기 싫었던 것일까?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어 정사장면이 몇 번 나오긴 하지만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두 남녀의 표정에 집중한다. 후반부 격정적인 정사 장면에선 음부가 노출되기도 하지만 그걸 보면서 야하다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사랑도 어쩌면 깨질지도 모르겠구나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가는 남자의 처량함은 분명 있어야 마땅한 것인데, 이상하게도 스티븐의 모습에선 그게 잘 느껴지지가 않는다. 러닝타임 동안 몰입했던건 줄리엣 비노쉬의 풋풋한 비주얼이 아니라 제레미 아이언스의 멋지게 늙어가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나는 스티븐에게 이런 말을 한다. “상처받은 사람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사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라고. 그녀는 상처를 받았고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그런데도 그녀는 눈하나 깜박하지 않고 다시 어디론가 향한다. 그녀는 정말 피스 브레이커였을까? 사랑은 자유지만 그 데미지는 크다. 시간이 지나면 어쩜 아무것도 아닐 사랑에 사람들은 목을 맨다.

 

 

 

 

 

 

 

 

 


데미지 (2012)

Damage 
8.4
감독
루이 말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줄리엣 비노쉬, 루퍼트 그레이브즈, 미란다 리차드슨, 피터 스토메어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영국 | 111 분 | 201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