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괴자들 - 인간 내면의 폭력과 야만성

효준선생 2012. 11. 4. 00:04

 

 

 

 

 

 

   한 줄 소감 : 나쁜 것은 다 나오지만 이상하게도 끌린다.

 

 

 

 

 

영화 파괴자들은 온갖 자극적인 요소가 하나의 그릇에 담겨, 수저로 마구 떠먹었다는 큰일 날 일품요리와 같다. 젓가락으로 골라 먹어야 할법한데,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아니다. 먹다보면 점점 끌리며 결국은 바닥이 보일 때까지 긁어 먹게 된다. 올리버 스톤이 만들어 준 거친 밥에 환호한 이유는 간단하다. 상상력을 한없이 뽑아내게 한다는 점이다. 성인들이기에 추론이 가능한, 해서 앞일을 예상하기 쉽지 않으면서도 얼추 결론을 짜 맞출 수 있게 한 짜임새.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 영화엔 인간이기에 가능한 잔인한 것들은 죄다 들어 있다. 마약 제조와 판매, 살상, 강도, 강간, 납치, 스리썸, 마약 흡입장면, 해킹, 돈세탁등등. 불량식품을 만들기 위해 역시 좋지 않은 재료들을 혼합하지만 막상 세상에 드러난 아웃풋은 그렇게 불량스럽지가 않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첫 장면, 포로인지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 쓴 남자들이 세상을 하직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등장하면서, 고어스러웠다. 공포영화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고급스럽던 배경음악이 절묘하게 흘러들고, 나레이션을 맡은 여주인공 오필리아의 아리따운 목소리에 조금씩 경계심을 풀게 된다.


두 젊은이가 있다. 고교 동창생인 두 명중 한 명은 중동에 파병된 전력을 가진 말 그대로 피끓는 청춘이고 다른 한 명은 명문대학에서 경영학과 식물학을 복수 전공한 말그대로 브레인이었다. 이들이 요즘 짭짤하게 돈을 만진다고 소문이 났는데, 멕시코 갱단이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법하다. 캘리포니아 자체가 멕시코와 인접한 곳인지라 험악한 그들이 두 청년의 아킬레스 건을 잡고 흔드는 바람에 청년들의 사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오필리아는 이 두 남자와 동시에 사랑을 하며 산다. 세상이 자기를 잡년이라고 부른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다. 둘 다 놓치고 싶지 않고, 두 남자도 그녀를 공유하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독특한 설정이다. 판타지적 시각에서 보면 오필리아는 형제같은 두 남자에게 이성으로서 파트너라기 보다 자애심으로 가득한 모성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러니 놓칠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멕시코 갱단의 두목, 여자다. 여자가 갱단의 두목을 해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이 여자의 운명도 평탄치 않다. 역시 갱단의 두목이었던 남편이 죽고 물려 받았다.  아들 둘 역시 암살당했고 남은 아들 하나와는 의절했다. 딸 자식은 미국에 가서 유학을 한다지만 행실이 바른 것 같지 않다. 그녀는 그래도 오로지 딸 마그다만 보며 사는 현모인 셈이다. 하지만 사업상 그녀의 잔혹함은 어느 남성보다 못하지 않다.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라도, 극강의 깡패 캐릭터인 그의 등장은 섬뜩하다. 잔인함과 무자비함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치밀한 두뇌의 소지자다. 엘레나와 두 청년 사이에서 딱풀 같은 역할을 해낸다. 물론 딱풀 같은 존재엔 부패한 FBI 요원 데니스까지 합세해 이 영화의 엔딩을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든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 이 영화의 엔딩은 다시 한번 관객들의 머리를 강타한다. 다 끝난 줄로 알았던 엔딩이 리와인드 되면서 또 다른, 아주 착한 결말을 보여주는데, 마치 감독이 영화 심의같은 것을 조롱하는 느낌을 받았다. 두 가지 결말 중, 앞의 결말에 더욱 애착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차피 이 영화는 센 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를 위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나름 사람들 간의 정을 그린 장면도 많다. 세 남녀의 야릇한 애정, 엘레나와 딸의 정, 박쥐같은 행보를 하면서도 병든 아내에 대해 연민을 놓지 못하는 데니스, 그리고 잠시 등장하지만 젊은 멕시코 청년의 측은지심들이 그것들이다. 라도는 아직 어려보이는 에스테반에게 총을 겨누며 “넌 이런 일을 하기엔 정이 너무 많아”라고 했다. 그 놈의 정이 뭔지 말이다. 

 

 

 

 

 

 

 

 

 

 


파괴자들 (2012)

Savages 
5.9
감독
올리버 스톤
출연
테일러 키취, 블레이크 라이블리, 애론 존슨, 존 트라볼타, 셀마 헤이엑
정보
범죄, 드라마 | 미국 | 131 분 |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