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복숭아나무 - 누군가에겐 알러지같은 삶

효준선생 2012. 11. 3. 00:00

 

 

 

 

 

 

 

  한 줄 소감 : 복숭아 알러지가 있어 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작품

 

 

 

 

영화 복숭아나무는 다소 섬뜩했다. 샴 쌍둥이가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아역배우에게 특수분장을 시키고 CG로 입힌 모습을 보니 저럴 수도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간혹 샴 쌍둥이가 태어난 모습을 사진으로 본 적은 있어도 다 큰 어른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런 느낌을 먼저 적는 건, 우리의 눈은 익숙하지 않는 세상의 모든 것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눈박이 마을에선 양눈박이가 이상한 취급을 받는 다고 하는 이야기다.


예로부터 아이를 가진 산모는 복숭아 섭취를 금기시 했다. 속설엔 아이에게 알러지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그보다 복숭아가 가지고 있는 어혈을 뚫어준다는 기능 때문에 유산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영화 복숭아나무에선 실제 복숭아를 갖는 임산부의 모습이 등장해 아연했다. 반드시 그래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의 발단은 분명히 눈에 들어왔다. 알러지 수준이 아닌 이인동체의 모습으로.


하지만 이 영화는 기형아나 장애인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불편함이나 사회적 백안시를 고쳐보려는 시도는 거의 없다. 형제는 호형호제해가며 청년기까지 잘 살고 있다. 그보다는 이 영화를 판타지 장르로 보고 이해한다면 비교적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다. 현실에선 비록 몸이 따로 있지만 늘 아웅다웅하며 싸우고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는 가족, 형제자매들. 늘 자신의 입장에서만 주장하고 지려고 하지 않는 그들. 몇 년 터울을 두고 따로 태어났다는 것과 한꺼번에 한 몸으로 태어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신 그들의 비주얼을 보는 여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예외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괴물이라고 볼 것입니다.” 라는 멘트가 여러번 나왔다. 주지하지 않아도 불편했다. 반복해가면서 봐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김새에서 받는 불편함이 아닌 바로 형인 상현의 입장에서 그에게 동화되어 만약 내가 상현이라면? 이런 생각때문이다.


상현과 동현은 비록 샴 쌍둥이라는 설정이지만 따지고 보면 동현의 몸 전부에 상현의 머리만 붙어 있는 셈이다. 상현은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영양분도 동현의 식사로 얻는다. 단지 생각과 의사표현만 동현과 다른 셈이다. 동현에겐 누군가의 감시의 눈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상현에겐 일종의 체념이거나 포기같은 심정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비탄이거나 자학의 면모는 보이지 않았다.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것 뿐이니까


이 영화는 전직 출판사 직원이자 캐리커처를 그리는 여자 승아의 구술에서 시작한다. 그녀가 들고 있는 제목 복숭아 나무, 아이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는 바로 시작한다. 그리고 긴장감 속에 등장하는 형제의 모습. 다 클 때까지 큰 사건 사고라고는 엄마의 타계뿐인데 형제에겐 엄마의 존재가 엄청나게 크다. 엔딩 마지막말도 엄마였다. 실상 형제를 돌봐주는 건 아빠임에도, 형제는 엄마를 그리워 한다. 그리고 그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줄 대체제로 승아를 떠올린다.


3인의 감정은 다소 이질적이다. 형의 존재가 사라지면 자신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내색을 하지 못하는 동생과 자신의 운명은 어느덧 다 와간다는 걸 직감하면서도 가슴에만 담아두고 사는 형, 그리고 형제의 정체를 알기 전과 알고 난 뒤, 사람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전달해주는 역할의 승아.


이들은 비록 현실에선 부존재하지만 판타지 속에선 가능할 수 있는, "묻어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꽁꽁 묶여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들 형제의 모습과 다른 건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그걸 쉽사리 편견이라거나 혹은 불편한 시각으로만 여기지 않을 자신이 없을 뿐이다.


단 한번도 다루지 않았던 소재라 내용 전개도 그렇지만 특수분장도 궁금했다. 예상과 좀 다른 장치들이 선을 보였다. 그 외엔 연출을 맡은 구혜선 스타일의 것들이 다수 보여졌다. 그녀의 영화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밝음을 지향하면서도 다소 어두운 면도 있고, 이번영화처럼 그로테스크한 면도 있다. 그리고 그녀의 페르소나 서현진이 잠시 출현한다는 것도. 남상미의 대사와 제스처에서 구혜선의 모습이 보인다면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둘다 예쁘다는 말이다. 

 

 

 

 

 

 

 

 

 


복숭아나무 (2012)

The Peach Tree 
7.6
감독
구혜선
출연
조승우, 류덕환, 남상미, 백경민, 이준혁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06 분 |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