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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늑대소년 -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 판타지

효준선생 2012. 11. 2. 00:01

 

 

 

 

 

 

 

   한 줄 소감 : 그 긴 시간을 기다렸는데, 그 사랑은 변하지 않았을 수 있을까

 

 

 

 

소녀가 아프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강원도 도계로 요양차,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이사를 한다. 한적한 공기맑은 곳이지만 집 뒤로 산이 있어 낮에도 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들이 이곳에 이사온 구체적인 이유는 나중에 대사에서 얼핏 나오지만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또 있다. 어디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 길이 없는 반인반수의 젊은 남자. 영화 늑대소년은 바로 이 소녀와 정체 미상의 남자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따라 조각해낸 이야기다.


영화는 이순을 넘긴 할머니의 회상에서 시작한다. 그녀의 추억의 대상은 무엇일까 때는 한국전쟁이 끝나 거리엔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60년대를 조명하고 있다. 이 시대적 배경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간첩을 잡아들인다는 뉴스가 나오고, 정부는 이런 간첩에 맞서는 특수부대를 창설하다며 건장한 청년들을 징발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전제인데 과연 누가 선뜻 나서려할까?


늑대 소년의 이름은 철수다. 당시 1학년 국어교과서에 가장 먼저 나오는 인물의 이름은 철수와 영희다. 소녀의 엄마가 즉흥적으로 붙인 이름이긴 한데, 가장 흔한 이름이면서도 강단있어 보이는 이름이다. 늑대의 본성을 가진 소년에게는. 이들의 조우는 매끄럽지 않다. 볼품없는 행색에 인간의 언어는 고사하고 행동거지 역시 동물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녀보다 가족들이 그를 더욱 가족처럼 대해주었고, 어쩌면 단 한번도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 보지 못했을 것 같은 늑대 소년은 늑대의 본성을 감추고 인간으로, 소녀의 가족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맹수가 나타나면 도망을 치거나 죽이려 드는 게 사람의 마음이겠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유난히 그에게 호의를 베푼다. 그의 정체가 한 번 들통나는 일이 있었음에도 그들의 태도는 변치 않는다.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엔 마음을 열지 않던 소녀 역시 그에게 조금씩 끌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어찌보면 늑대 소년의 인간보다 보다 순수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오로지 있는 집 자식이자 소녀를 미래의 자신의 와이프로 생각하는 지태만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게 전반적인 선악의 균형감을 한쪽으로 기울게 만들었지만 이 영화는 권선징악보다, 추억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그 정도로 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어린 시절, 유난히 손때가 많은 묻은 물건이 있다. 잃어버리기라도 할까봐 잘 때도 꼭 껴안고 자면서도 불안해 했던 것들. 만약 물건이 아닌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견디기 힘들지만 시간의 흐름은 어느 정도 상쇄시켜줄만 하다. 왜냐하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감정, 늑대 소년에게도 통할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된 60년대 산골마을과 읍내의 풍경이 정겹다. 한때 잊고 살었던 물건들이 추억을 자극하고, 소년과 소녀의 애틋함이 어린 시절 짝사랑 했던 짝꿍을 떠올려 보게도 한다. 인간이기에 추억은 소중한 보물이다. 그런데 인간보다 더 추억을 잊지 못하는 존재가 있다. 이 영화는 늑대인간이라는 판타지 물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늑대가 아닌 우리의 곁을 잠시 스쳐지나갔던, 그래서 지금은 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옛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설사 늑대라고 해도 한번쯤은 곁에 두고 싶어하지 않을까?


늑대 소년으로 나온 송중기는 대사없는 몸짓으로만 오롯이 연기를 해냈다. 백 마디 말 보다 눈빛과 몸짓은 커다란 연기 자산이 될것이라는 걸 스스로가 더 잘알았을 법하다. 꽃미남의 이미지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선뜻 나섰을 그에게 이번 영화는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기사 얼굴에 흙으로 문지러놔도 자체발광 이목구비는 그대로다.    

 

 

 

 

 

 

 

 

 

 


늑대소년 (2012)

9
감독
조성희
출연
박보영, 송중기, 이영란, 장영남, 유연석
정보
드라마 | 한국 | 125 분 |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