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르고 - 기막힌 인질구출과 잘 숨겨놓은 외교전략

효준선생 2012. 11. 1. 02:17

 

 

 

 

 

 

 

   한 줄 소감 : 실화라니 믿을 수 밖에 없지만 진짜 가능한 일일까. 혹시 소말리아에서도?

 

 

 

 

영화 아르고엔 앞으로 외교관이 될 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이 등장한다. 한 나라의 외교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항목을 꼽으라면 유연함이다. 힘의 논리로 상대방을 윽박지르던 냉전시기에도 이면에서는 강온 전략이 교차되었으며 이 점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교의 내면을 알 길 없는 범부들의 눈에는 그저 상대국에 밀리는 자국의 외교정책과 외교관의 처신이 못마땅 할 수 밖에 없다. 외교는 말 그대로 서로 주고 받는 것이기에 일방이 우세할 수 없다. 줄 것은 주고 그 대신 받을 것을 확실히 받아내는 게 외교다.


1979년 전후로,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하나 터진다. 바로 이란의 통치자 팔레비의 망명과 호메이니의 등장이다. 이 사건은 그동안 미국이 뒤를 봐주었던 팔레비가 말 그대로 나라를 버리고 도망을 치는 바람에 이란 국민에게 미국은 공공의 적이 되었다. 영화 아르고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의 여러국가와 투 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사우디, 쿠웨이트, 이스라엘, 이집트와는 친교를, 그 외의 원리주의 이슬람국가들과는 등거리 외교를 형성했다. 팔레비 망명직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건이후 이란 국민들에게 미국은 철전지 원수 국가가 되었고, 이때부터 싹튼 원한 관계는 10여년 후 걸프만을 화약고로 만든 단초가 되었다.


테헤란은 이란의 수도다.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성난 이란 국민에 의해 인질로 잡힌 사건은 상당히 오랫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그 중 6명이 대사관을 탈출해 캐나다 대사관으로 은신했고, 모종의 계획에 의해 탈출에 성공한 일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 아르고는 바로 이 6명의 구출작전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가 실화에 기반하고 있다고 해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영화적 요소가 다분한데,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들려 시도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영화”가 중요한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중, 인질 구출 전문가 토니 멘데스는 아들이 보고 있는 영화 혹성탈출에서 힌트를 얻어 이란 현지로 날아가 영화 촬영을 위한 프로덕션을 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캐나다 대사관에 피신중인 6명의 미국인을 스탭으로 위장시켜 꺼내오겠다는 취지다. 비현실적인 의견 같았지만 결재가 떨어지고 토니 멘데스의 행동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되었다. 전례가 없던 일인지라 이런 저런 우여곡절도 많았고,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의 스릴감은 폭발적이었다. 발각은 바로 그 자리에서 총살이기 때문이었다. 인민재판과도 같은 현지의 즉결 심판 장면이 보여지고 마치 포효와 같은 이란 국민의 함성은 누구라도 주눅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캐나다로 피신한 6명은 구출하다손 나머지 60명의 안위는 누가 책임을 질까 궁금해졌다. 결론부터 말해 이들은 1년여 뒤에 풀려나긴 했지만 선택받은 자의 운명을 위해 그렇지 못한 자들은 내팽겨쳐도 되는 지 묻고 싶었다. 하기사 멘데스가 현지에 날아간 뒤, 그를 믿지 못한 미국 정부가 돌연 특공대를 투입하겠다고 나서는 걸 보니, 강함은 유연함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엔딩 크리딧 중반부에 미국의 모 대통령의 실제 음성이 전해졌다. 자신의 임기 중에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서 미국인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이 작전을 수행했던 몇몇 인물들은 영웅이 되는 데 다소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타당한 것이다. 만약 작전 성공이라는 점만 부각해서 바로 대서특필하고 나섰다면, 남아있는 인질은 어떻게 되었을 것이며, 그 이후 중동과 미국의 관계는 최고조로 악화되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요즘 외교 문서의 비공개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고 있다. 높은 자리에 있다보니, 감춰진 문서에 궁금증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만 몇몇 선량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외교문서의 취급은 말 그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토니 멘데스가 만들려고 했던 SF영화 아르고는 영화 속에서는 미완의 작품으로 남았지만 연기자 겸 감독인 벤 에플렉의 재주는 영화 아르고를 통해 또 한번 빛을 발한 셈이다.   

 

 

 

 

 

 

 

 

 


아르고 (2012)

Argo 
8.2
감독
벤 애플렉
출연
벤 애플렉, 존 굿맨, 알란 아킨, 브라이언 크랜스턴, 카일 챈들러
정보
스릴러 | 미국 | 120 분 |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