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비정한 도시 - 뫼비우스띠처럼 꼬이고 얽히다

효준선생 2012. 11. 1. 00:19

 

 

 

 

 

 

 

 

  한 줄 소감 : 기승전결의 꽉짜인, 그래서 클라이스막스의 통쾌함을 얻기 위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 비정한 도시는 기승전결의 소위 완벽한 영화적 문법을 갖춘 모양새는 아니었다. 오프닝에서는 한 남자의 사채빚을 갚지 못해 사채업자들에게 협박을 당하며 긴박감을 불러 일으키며 시간의 말미를 얻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영화의 다음 전개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예를 들어 택시기사의 요즘 생활에 대한 혼잣말, 두 남녀의 불륜행각이 벌어지는 호텔방안, 그리고 탈옥수와 말기암 환자의 옥상에서의 옥신각신등등.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두서 없이 펼쳐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과 증폭과 해결을 통한 서사구조에 익숙한 시네필들에겐 다소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구조다.


김문흠 감독은 이 영화 속의 에피소드들은 나중에 개별적 작품으로 찍어 보고 싶은 소재라며 소개했다. 어쩌면 이번 영화는 프리퀄이 될 수도 있고 나중에 세상에 태어날 영화는 이 영화를 기초로 한 스핀오프가 될 수도 있겠다. 암튼 이 영화 속 인물들의 각각의 삶은 우리 이웃에서 별로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 표현의 경중은 다소 있어 보였지만 그건 캐릭터에 부과한 감독의 의중일뿐 배우의 역량은 아닌 듯 싶었다.


이 영화를 무난하게 보려면 일단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퀀스는 갑과 을이 등장한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선 갑이 을이 되고, 을앞엔 병이 등장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가해자가 다음엔 피해자로, 피해자가 다음엔 또 다른 사람에겐 가해자가 되는 식이다. 이런 경우가 가능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채업자는 교활한 인물이다. 아내 앞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들어 놓고 선수에게 바람을 놓는다. 자신의 아내를 꼬셔달라고. 이거 어디서 듣던 시나리오 같다. 아무튼 선수는 목적을 갖고 사채업자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고 한 몫 챙긴다. 그렇다고 무사할 리가 없다. 그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죽일 계획까지 세우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택시운전수는 얄팍한 수완으로 그녀의 돈을 갈취한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낸 그는 뺑소니를 치고 그 장면은 사채업자에게 협박을 받아 온 한 남자에게 발각된다. 뭐 이런 식이다. 사건 하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우리가 손 쉽게 선과 악을 규정해가며 지켜주어야 할 사람, 그리고 처단해야 할 사람으로 나뉘는 우를 범하지만 그걸 영화의 즐거움이라고 만끽해온 반면 아주 드물게 미워만 할 수 없는 악인이라는 면죄부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늘 착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산 사람도 알고 보니 악마의 본성을 가지고 있었다더라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는 사건 사고는 비일비재하다. 물론 그 반대도 많았다. 중요한 것 이렇게 물고 물리는 아수라장 속에서 우린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다는 것이다. 지리산 산골에서 혼자 살 생각이 아니라면 우린 누군가로부터 공갈협박을 받거나 누군가를 괴롭히면 이득을 취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행위가 쌓이다 보니 어느새 뭐가 선이고 뭐가 악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 영화는 선악의 구분짓고 충고하려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결국 그 중 하나는 나 자신이 아니겠느냐며 묻고 있다. 아니라고만 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므로 눈 크게 뜨고 자신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전체적인 짜임새가 아닌 이야기 하나 하나에 몰입해서 봐야하고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바로 잊어야 이 영화를 보다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간혹 나무보다 숲을 봐야하는 영화가 있는 반면, 나무만 봐야 하는 영화도 있겠다.

 

 

 

 

 

 

 

 


비정한 도시 (2012)

7.3
감독
김문흠
출연
조성하, 김석훈, 서영희, 이기영, 안길강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한국 | 90 분 | 201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