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전망좋은 집 - 그 집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효준선생 2012. 10. 31. 00:05

 

 

 

 

 

 

    한 줄 소감 : 사랑찾기, 여전히 여성성은 강요되고 있다.

 

 

 

 

 

영화 전망좋은 집은 규모의 경제를 잘 살린 듯 해보였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라고는 두 명의 여주인공중 미연의 거처, 그리고 아라가 남자들과 관계를 갖는 빈 집, 두 명이 근무하는 부동산등이다. 경기도 일원의 신도시 개발지의 아파트 촌, 인적도 드물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찾기 힘든 이곳에서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두 명의 여성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그녀들이 소구하는 사랑의 범주에 대해 논하고 있다.


아라는 미연보다 먼저 직장생활도 하고 이미 한번의 이혼경험도 있다. 그녀는 자신의 성적욕구를 이용해 남성들과 육체적 재미를 보고, 거기에 실적까지 올리는 일석이조의 영업전략을 구사한다. 바로 미분양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육체의 향연에 낯선 남성들은 역시 낯선 여인의 유혹에 그대로 넘어가기 일쑤다.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는 미연,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루고 첫 번째 직장이 된 오성부동산에서 미연과 함께 일을 하지만 그녀는 아직 변변하게 남자를 만나보지 못한 처녀다. 건너편 창가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남자의 눈길에 섬뜩해 하지만 조금씩 자신을 열어가며 성에 대한 충동심에 당황해 할 뿐이다.


이 두 명의 극단적인 성적 스탠스를 취하는 여성에게 영화 속 남성의 캐릭터 역시 극단적이다. 아라의 제스처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남자는 단 한 명, 오죽하면 그에게 돌부처라는 닉네임을 붙였겠는가.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상해서 자신에게 거리감을 두는 그에게 조금씩 마음을 쓰는 아라와 반대로 자신과 같은 책을 읽고 마치 아날로그 시절, 몰래 나누던 쪽지의 애틋함을 느끼며 자신을 열어 보여주려는 미연은 한 지점에서 만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시점은 남성에 의한 물리적 폭력이 가해진 바로 그때가 되고 그제서야 두 명의 여성들은 자신이 갈구하는 사랑의 진실한 의미를 찾게 된다.


영화에서 상당한 작용을 하는 건 관음증이다. 몸매 좋은 두 명의 여배우를 훑고 지나가는 건 카메라 뿐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남성들이다. 그건 스크린 밖의 남성관객들도 마찬가지일 듯 싶다. 침을 꼴깍 넘기게 할 정도의 볼륨을 자랑하는 두 여배우들의 아슬아슬한 차림에 이 영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임을 상기시키며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했고, 두 세 차례의 장면에서 소위 “야한 시퀀스”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본격 에로물이 아닌 심리극이라는 상황에서 성애장면은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굴곡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그녀들만으로도 자극이 될 수준이기에 가장 중요한 건, 야한 장면이 아니라 두 명의 여성이 처해 있는 감정의 변화를 적절하게 소화해내야 하는 연기력이었다.


두 여자의 심리적 접점은 공유되거나 서로 연관성을 갖지는 않는다. 에피소드는 완전하게 차별되어 진행되는 데,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통해 받아 형성된다. 뜻하지 않는 폭행을 당한 아라, 관음증에 매몰된 애들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 실수였음을 알게 된 미연, 나중엔 이들 사건이 미봉되긴 하지만 그녀들에게 남겨진 다소 급작스런 해피엔딩은 아쉽다. 


사랑에 대한 레서피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영화 속 두 인물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랑의 교집합은 결국 남자와의 진정성이다. 육체적 쾌락만을 앞세우거나, 훌륭한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 보이는 것만으로 사랑을 얻었다고 착각하는 것에 반박을 한다. 미연은 유독 책 두 권에 집착한다. 함민복 시인의 <말랑말랑한 힘>과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이웃집 총각에게 마음을 연 계기도 자신과 동일한 책을 보고 또 그 책 내용을 쪽지로 나누며 교감을 한다는 정신적 안위에서 사랑을 느낀 것이며, 그것이 오해와 연결되었다고 느낀 순간 그녀는 우선 그 책을 발기발기 찢어버리는 행동을 한다.


영화 전망좋은 집은 두 명의 여성의 눈으로 본 사랑의 레토릭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다소 밋밋한 전개가 거슬리지만 寡少한 에피소드의 반복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렵사리 속살을 내보이며 영화에 헌신한 두 여배우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목으로 쓰인 전망좋은 집은 흔히 집안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광을 말하는 것 같지만 반대로 밖에서 집안으로 들여다 보며 전망이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이 영화의 중요한 키포인트였는데...

 

 

 

 

 

 

 

 

 

 


전망좋은 집 (2012)

5.9
감독
이수성
출연
곽현화, 하나경, 오성태, 이건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92 분 | 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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