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 독재타도, 사랑쟁취

효준선생 2012. 10. 30. 00:02

 

 

 

 

 

 

 

   한 줄 소감: 그 시절을 관통하는 청춘들의 사랑과 이념전쟁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의 몇몇 인물들은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신분과는 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강대오는 중국집 배달원이지만 대학생 행세를 하며 마음에 둔 여대생을 쫒아다니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이 수배중인 학생운동의 대부라고까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언급되는 학생운동의 대부인 강문모는 민중 가요계의 조용필이라며 자신을 지방대 학생 황영민이라고 소개한다. 이들 뿐이 아니다. 운동권 여학생의 남자친구는 현재 마음에도 없는 전투경찰로 복무중이며 시도 때도 없이 약한 소리만 늘어 놓는다. 거기에 미국 문화원 원장은 자신이 대학생 시절, 미군의 베트남 파병을 반대하며 시위를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한국 학생들을 마냥 내치지 못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 외에 경찰 프락치면서도 시위 대학생을 나오는 캐릭터까지,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다들 자신의 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삶을 영위하는 셈이다.


그러면 왜 이들은 자신의 신분에 가면을 덧씌우고 살고 있는가 80년대 시대상이 만들어 놓은 왜곡된 청춘 상이라는 생각이다. 하고픈 진짜배기는 가려야 했고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이 그나마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 자기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후회를 하고 한탄을 하지만 그런 소모적 희생이 만들어 놓은 건, 그들이 그토록 열망하던 독재 타도, 민주 쟁취가 아니었다.


영화의 엔딩에 대해 유난히 말들이 많다. 소위 지성인들이라고 불리던 시위 대학생들을 대신해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중국집 배달원들이 대신 수갑을 차고 닭장차에 끌려가면서도 웃는 이유는, 변절과 전향이라는 심각한 모순을 드러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은 비록 희화화 된 코미디 영화 속의 장치에 불과하다고 해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 인지라 주의깊게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당시 집권정부의 오버스러움도 가미되었지만)만든 주동자들 중엔 이미 전향이라는 단어마저도 부끄럽게도 자신들이 그토록 타도의 대상으로 부르짖었던 권력의 계승자를 위해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시대의 아이러니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속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영화는 사랑일지도 모르는 여자를 위해 어떤 피의 댓가가 있을 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도 좋다며 자신을 내려놓는 주인공 강대오의 모습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왜 자기와는 어울리지도 않을 여대생에게 끌린 것일까? 신분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둘째치고, 운동권을 거의 이해조차 하지 못했던 그로서는 부담이 아니었을까? 단순히 첫눈에 반했다는 말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았다. 물론 운동권 여학생치고 너무나 곱상한 그녀에게 빠지지 않을 남자가 없을 만도 싶지만, 자기와는 완연히 다른 세상에 사는 그녀에게 감정을 느껴버리게 된 건, 그녀가 식사 후 남겨준 쪽지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즉, 타인에게서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살았을 듯한 그가 누군가의 아주 작은 호의를 일종의 삶의 무료함을 자극하는 메신저로 받아들인 것이다. 여학생 서예린은 강대오를 특정해서 쪽지를 남긴 것도 아니고 한 공간에 머물면서 그의 배려심에 조금 마음이 다가선 것도 사실이지만 과연 그를 이성으로서 보았을까? 그녀가 강문모 라는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다시 엔딩, 강대오가 서예린등을 대신 닭장차에 실려가고 그 와중에 도망친 서예린이 차 안의 강대오를 보고 사전에 인지한 사랑의 메시지를 표시하는 장면은 어떤 의미일까? 그걸 어느 수준의 의사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애매했다.


80년대 운동권 가요가 줄줄이 나오고 시위장면이 반복되고 사랑의 레토릭이 마치 당시에 유행하던 서정시집의 구절처럼 이어졌다. 긴 장발에 청청패션, 최초의 아이돌 가수라는 칭호를 들으며 여드름 청춘들을 잠 못들게한 김완선의 오늘밤이 군중을 하나로 만드는 선동가요로 변하는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는 진실된 사랑이나 시대정신을 담았다기 보다는 “그 시절의 에피소드”를 꺼내보려는 과거 회상이 가장 큰 소스였다는 느낌이다.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 (2012)

7.4
감독
육상효
출연
김인권, 유다인, 조정석, 박철민, 권현상
정보
코미디 | 한국 | 113 분 | 201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