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위대한 비행 - 날자 날자 한번만 날아보자꾸나

효준선생 2012. 10. 29. 01:54

 

 

 

 

 

 

  한 줄 소감 : 인간은 여가를 위해, 새는 번식을 위해 그토록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영화 위대한 비행은 알비라는 이름을 가진 큰 뒷부리 도요새의 지구 반 바퀴 여정을 기록한 다큐멘타리이지만 그보다 더한 영상을 얻어내기 위한 노고가 대단했다. 시작부터 풀HD급 화질을 자랑하더니만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가 너무 궁금한 장면들이 연속 펼쳐졌다. 수 Km 상공을 마치 새의 눈으로 조감하듯 찍어낸 화면들은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였다.


이 영화는 조류탐사학자들이 도요새의 발목에 색색의 가락지를 덧입혀 그 색으로 이름붙인 알비(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영어 알파벳 앞글자를 따서 부르는 특정 도요새의 여정을 따라간다. 수 만 마리가 이동하는 도요새의 특성상 오로지 이 발목 가락지만을 보고 뒤를 쫒는 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영화에선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알래스카에서 시작해 뉴질랜드로 거침없이 날아가는 도요새 무리들, 그곳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번식을 위해 파푸아 뉴기니를 거쳐 동남아시아와 한국, 몽골을 거쳐 알래스카로 돌아가는 기나긴 여정을 작고 가냘퍼 보이는 도요새들은 숙명처럼 여기며 살고 있다. 이들의 삶은 단조롭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단조롭지 않다. 이들이 지나가는 곳에 터전을 잡고 사는 사람과 다른 동물의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극락조를 잡아 깃털로 한껏 멋을 내면 젊은 여자의 호감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 파푸아 뉴기니의 갤링 할아버지와 알래스카의 미래 사냥꾼 소년 피터의 이야기들이 그들이다. 사람 뿐이 아니다. 몽골의 설치류 저보아는 마치 호주의 캥거루를 축소해놓은 것 같이 멀리뛰기의 일인자이며, 한반도의 엽낭게가 지나다니는 뻘밭은 우리가 왜 그곳을 보호해야 하는지 역설하고 있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눈으로 보고 그칠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쌓이고 쌓여 누군가에겐 교육자료로, 또 누군가에겐 중요한 지리와 생물학 자료가 된다. 인간은 태어나 제가 사는 곳에서 한발자국도 떼지 못하다 죽기도 하고 특히 한반도안에 갇힌 우리는 비행기나 배가 아니고서는 걸어서는 그 어디도 가지 못하는 특성상, 훨훨 날아다니는 새떼가 부럽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진재운 감독은 초고속 촬영과 초고화질의 영상미를 뽐내며 이런 것이 진정한 자연 다큐멘터리다라는 걸 말하고 있다. 동물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이 지구를 잘 지켜야함은 영화를 보고난 뒤 숙제이자 사명처럼 여겨질 것이다.

 

 

 

 

 

 

 

 

 

 


위대한 비행 (2012)

The Great Flight 
9.6
감독
진재운
출연
도요새 얄비, 극락조 사냥꾼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1 분 | 201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