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이언 스카이 - 힘의 논리에 의한 헤게모니 쟁탈전을 꼬집다

효준선생 2012. 10. 28. 02:19

 

 

 

 

 

 

  한 줄 소감 : 달나라에 나찌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니 이 얼마나 독특한 발상인가

 

 

 

그동안 보아왔던 SF물의 공통점은 지구인은 늘 착하디 착해서 공격을 받아 깨지는 캐릭터로, 그리고 외계인은 탐욕스럽기 그지없어 평화로운 지구를 파괴하려는 캐릭터로 그려져왔다. 생김새도 아주 우스꽝스럽게 처리했다. 외계인은 주로 아메리카 합중국, 그것도 뉴욕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으며 간혹, 런던, 파리, 도쿄에도 등장했지만 메인은 미국이었다. 결국엔 영민하고 결단력 있는 미국 대통령의 일사불란한 지휘로 외계인을 물리친다는 설정은 수많은 이런 류의 영화의 엔딩을 장식했다. 자국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노력에 그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겠지만 같은 영화를 보면서 다른 나라 영화팬들은 “또 나왔군, 미국 애국주의의 발로”...그냥 그렇게 넘기곤 했다. 


영화 아이언 스카이는 위에서 언급한 사례에 익숙해진 영화 팬들의 사고에 각성제와 같은 영화였다. 핀란드에서 건너온 이 낯선 질감의 영화엔 물론 미국과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다. 그리고 미국 선수들에 의해 해결이 된다. 그런데 이상한 건, 미국과 여타 힘의 논리에 의해 먹고 사는 몇몇 국가들을 향한 이른바 “엉덩이를 걷어차는” 嘲笑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1945년 나찌 독일이 패망한 뒤 달나라에 살고 있던 히틀러의 추종자 후예들을 굴복 시킨뒤 미국 대통령이 하는 말, “이제 성조기를 꽂았으니 달나라는 미국의 식민지다” 라고 하니 함께 있던 여러 나라의 대표들이 서로 치고 받고 싸움질을 한다. 게다가 달나라에서 온 나찌군을 맞아 싸우러 가자며 군사력 동원을 호소하자 이 영화의 제조국인 핀란드를 제외하고 죄다 우주선을 끌고 나오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재미난 건 각국은 군비축소를 이미 결정한 상태였었다. 그러니 모든 나라는 겉으로만 군축을 외치고 속으론 이미 우주선까지 마련해 둔, 이중 플레이를 한 셈이다. 우주에 떠 있는 일장기와 러시아기가 붙은 우주선의 모습이 마치 세계대전을 연상시켰다.


이 영화는 공상과학장르의 몇 가지 요소를 충족하지만 그보다 기본적인 전제는 코미디다. 우주인으로 전직 모델이자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흑인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웃음거리며 평생 흑인을 본 적이 없는 달나라 나찌 후예들에겐 피부색 조차 코미디가 된다. 당연히 블랙맨이 아닌 니그로라는 단어까지 쏟아지고, 포로로 잡힌 그에게 백색증 주사액까지 써가며 백인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영화 중반부에 비행물체의 정체에 대해 북한 대표가 한마디를 한다. “위대하신 영도자 수령동지가 직접 디자인 한 것” 이라고, 좌중은 탁자를 치며 박장대소하자 그는 고개를 떨군다. 또 연임을 노리는 미국 대통령이 여자라는 사실과 외계인과 맞서 싸우라고 내보낸 사령관이 선거홍보대책 본부장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구의 질서에 정면으로 대응하며, 이미 사라진줄로 알았던 전체주의의 대표적 아이콘인 나찌와 한판 붙게 만듦으로써 어쩌면 同級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영화가 해학과 조소로 가득차 있다고 해서 기술적인 문제를 소홀히 한 것 같지는 않다. 우주공간에서 스타쉽들의 한바탕 전쟁은 헐리웃 SF영화와 별로 달라보이지 않았고, 달나라 뒷부분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존재가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가설하에 짜놓은 신선한 영화 소재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지구에서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한다면, 정말 외계로 나가서 살아야 하는 걸까? 맨날 양배추만 먹어야한다는 그들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게 까지 연명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 속 달나라에서 사는 나찌 독일인의 모습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언 스카이 (2012)

Iron Sky 
5.8
감독
티모 부오렌솔라
출연
줄리아 다이엣지, 페타 서전트, 우도 키어, 틸로 프러크너, 크리스토퍼 커비
정보
SF | 핀란드, 독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 93 분 | 201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