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퍼스트 포지션 - 오리에서 백조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다

효준선생 2012. 10. 26. 00:50

 

 

 

 

 

 

   한 줄 소감 : 아직은 미완의 대기, 그래도 대견하군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YAGP) 대회에 참가하는 청소년 발레 꿈나무들의 이면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한편이 소개되었다. 영화 퍼스트 포지션다. 이 영화는 발레를 하며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어하는 여러 아이들의 무대 뒤, 혹은 무대 위의 모습들을 근접조명하며 꿈이란 이루는 자만의 것이 아닌 이루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소유가 가능한 것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나중에 파이널 대회에서 수상자들이 밝혀지고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준 아이들은 바로 이들 수상자들 중의 몇몇임이 알게 되지만 특이한 건 유난히 유색인종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백인들이 거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세계에서 새싹들을 미리 점쳐본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 아이들은 그동안 피부색깔 때문에 차별을 받을지 모른다는 선입견은 제대로 깨준 것 같다는 생각이다.


특히 아프리카 출신 입양아인 미카엘라와 콜롬비아의 가난한 범부의 아들인 조안, 그리고 일본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그래서 스스로를 “하프”라고 부르는 혼혈아동 미코와 줄스까지, 스토리텔링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로우틴 부분에서 이들을 꺾고 1등을 차지한 한국의 임선우 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낯설다. 이렇게 느끼는 건 결국 나조차도 발레는 늘씬하고 체구도 큰 서양인들의 무대임을 머릿속에 각인해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그런 선입견을 다소 무디게 해줄 지는 모르지만, 더욱 중요한 건 피부색이 아닌 몸의 언어가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지, 그거라고 보았다.


12살 여자아이의 몸짓이라고 보기 힘든 “꺾기” 장면은 마치 서커스단원의 그것처럼 보였고, 토슈즈 안의 물집과 상처 투성이의 발을 보면서 각고의 노력이란 나이와 상관없음을 알게 해 주었다. 늘 부상의 위험을 안고 사는 어린 아이들의 분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이며, 이번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건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디딤돌 같은 것인데도 환호하는 걸 보며 이 아이들의 열정이 대견하면서도 두렵기까지 했다.


발레는 원래 지원이 많아야 하는 운동이다. 즉,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겐 따라가기가 벅차다. 레슨비와 용구비용, 대회 참가비용과 공부보다 발레를 함으로써의 기회비용등등. 한 벌에 2000불이나 하는 발레복을 소개할 때, 유독, 콜롬비아 출신의 발레리노를 비추는 장면은 씁쓸했다. 그 아이는 자신이 발레리노로 성공하는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난해보이는 그들의 부모가 그에게 해줄만한 것 별로 없어보였다. 그래서 그는 유수의 발레공연단에 들어가고 장학금을 받고 그렇게해서 성공하는 수 밖엔 없어 보였다.


어린 아이들의 발레 장면이 다수인 밋밋한 화면 속에서도 간간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부모의 교육열이 남다른 미코의 부모와 거기에 반해 무심한 듯한 코치의 대비가 그것이다. 미코의 엄마가 동양인이라 그런지 한국의 치맛바람도 연상이 되고 잘나가는 스포츠 스타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는 듯한 부모들의 입김처럼 보여져 공감이 되었다. 아무튼 개중엔 대단한 소질을 가진 아이도 눈에 띄였고, 나중에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의 발레 스타가 나온다면 혹시 이 영화 속 인물이 아닐까 확인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퍼스트 포지션 (2012)

First Position 
9.3
감독
베스 카그먼
출연
아란 벨, 미코 포가티, 줄스 자비스 포가티, 가야 보머 예미니, 조안 세바스찬 자모라
정보
다큐멘터리, 코미디 | 이스라엘, 일본, 프랑스, 콜롬비아, 이탈리아, 캐나다, 영국, 미국 | 95 분 | 201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