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부귀영화 - 낯선 질감의 소름, 뉘신지요?

효준선생 2012. 10. 25. 00:08

 

 

 

 

 

 

무존재감이라는 말을 듣고 사는 사람이 어느 조직이든 있다. 크게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말썽을 부리지도 않는다.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해내지만 사람들에게 그는 그런 사람이 있었나 라는 반응을 얻는다. 만약 당신의 경우라면 속도 상하지만 뾰죽한 해결방법도 없다. 상의해줄 만한 사람도 없을 테니. 그저 그들 사이에서 떠드는 수 밖에 영화 부귀영화는 제목부터 독특하다. 원래 이 단어는 잘먹고 잘사는 것을 형용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浮鬼靈禍”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떠도는 귀신과 영혼의 화”라는 뜻으로. 이 영화는 율리라고 불리는 묘령의 여인이 전편의 에피소드를 좌우한다. 20살 남짓한 호리호리한 여인은 몸에 달라붙는 원피스와 부츠를 신고 좌중을 부유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 딱히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자기가 모르는 예술가들 중의 하나일거라고만 여길뿐이다.


부산의 어느 산골, 허름만 창고 몇 채가 있고 그곳에서는 여름 창작 이벤트가 열리는 중이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자신만의 창작혼을 불살라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여러 명의 예술가들은 장르도 제 각각이다. 화가, 작가, 스크립터, 행위예술가, 영상피디 등등. 영화는 챕터로 나누어 그들이 어떻게 사라지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라진다고? 그렇다. 그들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죽음에 이르지만 대개는 앉아 고개를 뒤를 넘기고는 죽은 모습이다. 대신 사람이 죽어도 절대로 관의 힘은 빌리지 않는다.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흐르지 않은 것을 보면 동시간대에 발생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니 뭔가 오싹하다.


이 영화는 페이크 호러물의 폼을 하고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처럼 감독의 카메라를 제외한 피사체들은 모두 주변을 의식하고 있다. 어쩌면 감독까지도 노출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아는 사람들을 촬영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말미엔 정체불명의 이미지를 한 컷 씩 삽입해 놓으며 긴장감을 상승시켜 가는데 그 과정이 반복적이면서도 강도를 높여가는 모습이 후반부에 이르러 “쎄” 진다.


사실 앞 부분은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여주는데 그침으로써 영화의 진심을 캐치하는데 무리가 따랐다. 왜 저걸 찍고 보여주는 걸까 그리고 카메라는 왜 저리 흔들어 찍는 걸까 하고. 뒤로 갈수록 피사체가 되는 인물들의 인터뷰도 들어가고, 조금씩 사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변하며 흥미로워졌다. 챕터의 마지막은 바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묘령의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는 왜 이곳에서 떠도는가 혹은 그녀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유령은 아니었는가?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밤길을 걷는 것도, 심지어 술에 취해 허공에 대고 뽀뽀를 하는 것도 모두 그녀가 관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섬뜩하다.


개개인은 모두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예술가들은 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그 외적인 것은 결국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다. 그 타인의 힘이라는 건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 묘령의 여인 율리는 그들에게 일종의 “타인의 힘”이다. 영화에서 그녀가 각각의 예술가들에게 접근하고 친하게 되는 방법은 모두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겐 “여자”로서, 누군가에겐 “말벗”으로서, 누군가에겐 완성해야 할 “아웃풋”으로서, 그렇게 필요로 한 힘을 빌었던 것이다.


영화의 시작점과 끝나는 점은 궤를 같이 한다. 목을 매고 자살하는 여인의 모습이 반복된다. 차이점이라면 처음엔 관객의 눈으로, 끝날 때는 누군가가 들고 있는 카메라의 눈으로.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르 영화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된 셈이다. 

 

 

 

 

 

 

 

 

 

 


부귀영화 (2012)

0.5
감독
인진미
출연
이율리, 박혜린, 한석경, 전희경
정보
공포 | 한국 | 85 분 | 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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