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맥코리아 - 게임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

효준선생 2012. 10. 23. 00:05

 

 

 

 

 

 

  한 줄 소감 : 결국 잡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고발인 셈이다.

 

 

 

 

 

영화 맥코리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독립 프로듀서의 눈물나는 분투기라고 하고 싶다. 실체는 호주의 모 펀드회사의 한국에서의 소위 “공공재로서의 사회기반시설을 따내 사기업적으로 운영하면서 야기한 사회구성원의 심리적 저항”을 담으려하고 있지만 관객으로서는 이 영화를 다 보고나도 뒷 끝이 개운하지 않았다. 이 점은 연출자 역시 잘 알고 있다고 했고 엔딩에서 밝힌 바처럼 거인을 만나러 가겠다며 다음 편의 제작을 암시하기도 했다.


오프닝은 이렇다. 5살 정도 된 여자 아이가 빌딩 난간에 앉아 동화책을 읽는다. 그리고 남자가 그 뒤를 이어 똑같은 장소에서 뭔가를 들여다 본다. 영화의 시작은 인상적이었다. 한반도 전역에 깔려있는 인프라스트럭처, 교과서에서 배운 바대로라면 그것들은 국가 기반 시설로 당연히(?) 나라에서 책임지고 만들고 운영하고 돈을 벌 요량은 없이 국민들을 위해 서비스되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만든 지 수 십년은 된 척추에 해당하는 경-0 고속도로에서 마치 가지 치듯 뻗어 나온 몇 개의 고속도로는 국가 소유가 아니다. 그 길을 달릴 생각이면 곳곳에 설치된 요금소에서 지폐 몇 장은 써야 진입이 가능하다. 남 보다 빨리 가고픈 욕심에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이해하지만 터진 주머니에 돈 넣듯 자꾸 돈을 달라하니 그 또한 달갑지가 않다.


바로 민자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빠져서는 안 될 회사, 위에서도 밝힌 바 있듯, 그들은 한국을 긍휼히 여겨서 비싼 돈 들여서 공짜로 도로와 교량을 깔아주는 천사표 외국기업이 아니다. 금융 투자의 일환으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그런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 그들이 예상치 보다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서 손실을 보면 국민 세금으로 보전을 해주기로 했고, 건설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끌어들인 채무와 변제, 거기서 발생하는 이자의 문제등, 그리고 수시로 발생하는 요금인상에 대해서도 물가당국은 개입할 여지가 없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전권행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영화의 구체적 스토리의 출발은 바로 서울 메트로 9호선의 난데없는 요금인상 해프닝에서 시작한다. 하루아침에 500원 인상에서 비롯된 연출자의 탐구 정신은 메트로 9호선과 우면산 터널과 관련된 각종 계약서 분석에까지 이른다. 전결자들 대부분이 지금은 현직에서 떠나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의 임원으로 전보 또는 영전되어간 상태인지라 일일이 그들을 찾아 나서는데,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의 서글픔이다. 뻔히 누구라고 명기된 이름을 갖고 찾아가도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며, 간신히 단답형 코멘트를 따낸 것이라고 해도 깊숙이 박혀있는 거대한 검은 카르텔을 밝혀내는데 별무소용이라는 점이다.


연출자가 발로 뛰어 다니며 코끼리 엉덩이를 만지작거린 건 맞다. 하지만 그것이 왼쪽 엉덩이인지, 오른쪽 엉덩이인지 알 길이 없으며, 비아냥에 가까운 냉대를 지켜보고 있자니 사실 속으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서울시 의회 청문회 자리를 그저 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 얼굴이나 보러 온 것 같이 해사하게 웃으며 앉아 있는 모습하며, 자기들이 뭐 그리 잘못했냐며 도리어 역정을 내는 얼굴에선 정말 저들의 마인드로는 잘못한 게 없다고 여기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외국계 펀드회사가 권력을 등에 지고 전대미문의 행각을 벌이는 걸 아무도 신경조차 쓰지 않을 때 혈혈단신(카메라 맨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인터뷰 한마디 따내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에서 최소한 박수는 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GV시간에서도 밝혔지만 이번 작업은 첫 발자국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거대한 벽에 부딪쳐 주저앉아 절망하지 말고 다음 수순에 대해 뚜벅 뚜벅 걸어갔으면 좋겠다. 단숨에 모든게 원하는 바처럼 해결이 된다면 그들은 처음부터 시작도 안했을 게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발견했음에 놀라고 그 일각위에서 잠시 망치질 하다 내려온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될 때 힘은 모아질 것이다. 그만큼 빙산의 아랫부분은 넓게 드러날 것이고. 이 싸움은 지루하게 계속 될 것처럼 보였다.       

 

 

 

 

 

 

 

 

 

 


맥코리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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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형렬
출연
공지영, 탁현민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78 분 | 201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