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롱 폴링 - 깊은 나락에 빠진 그녀에게 손을 내밀다

효준선생 2012. 10. 24. 00:08

 

 

 

 

 

 

중년 여자가 침대에서 혼자 자고 있다. 그런데 남자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여자는 속절없이 두드려 맞았다. 남자는 여자의 남편이었다. 가정 폭력의 후유증은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도 여자는 저항은커녕 나지막히 읖조렸다. “아들 때문에” ...


영화 롱 폴링는 남편에 의한 폭력을 몸으로 받아내며 30년을 살아온 한 중년 여성의 행동을 중심으로 가정의 몰락을 생각보다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듯 긴장감으로, 마치 팽팽하게 당겨놓은 활시위 같았다. 단 한번의 사건이 영구미제로 끝나기를 바라겠지만, 여자는 설사 남편을 죽인 범인이 밝혀진다고 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이 영화의 디테일은 비장감마저 들게 했다. 여자가 남편을 죽인 사유가 종으로 이어진 시간이라면 하나 남은 아들의 동성애 생활은 횡으로 된 공간의 개념이었다. 엄마의 범죄와 아들의 삶은 별로 연관이 없을지 모르지만 이들 가족의 오래된 구원은 그럴 수 밖에 없어 보이는 사연을 담고 있다. 첫째 아이를 사고로 잃은 뒤 술만 마시며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피해 따로 나와 사는 둘째 아들, 그가 엄마의 행동을 알고 나서 보이는 오열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한다기 보다 엄마의 자리에 자신이 서 있을 수 도 있었을 개연성 때문이었다.


엄마는 세 곳에서 서성거린다. 아버지의 폭력이 난무한 시골집, 터질 것처럼 긴장감으로 가득한 아들의 거처, 그리고 미스테리한 여관 여주인의 환대에 작은 희망을 갖게 한 곳. 물론 엄마를 추적하는 경찰로 인해 영화는 자못 긴장감을 더하며 관객들은 그녀가 잡히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된다.


살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는 이미 죄인이다. 죗값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영화에 빠져들다 보면 자꾸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에 생겨난다. 묘한 기분이다. 거기에 그녀에게 호의적인 경찰을 보면서 어쩌면 그녀의 행동에 정당방위라는 보호막을 쳐주고 싶은 것이다.


신파같은 이야기라고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다. 전작 세라핀에서 연기 내공을 선보인 여주인공의 연기를 보다 보면 어느새 그녀의 팬이 되게 마련이다.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해도,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해도 그 어떤 것도 잘못은 아니라는 느낌은 영화의 첫 장면부터 들게 될 것이다. 담담하게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 첫 아이의 죽음이 단초가 되어 수 십 년을 음울한 그림자처럼 드리운 한 가족의 불운은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건 바로 전화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을 이어주는 전화는 중요한 순간에 인물 이상의 캐릭터를 자랑한다. 이 영화의 전화는 단순히 통화를 위한 기계에 머물지 않는다. 배신과 밀고, 그리고 누군가에겐 사랑하는 가족에게 전하는 마지막 안부가 될 수도 있다.


깊은 나락이라는 뜻을 지닌 이 영화는 프랑스어로 된 영화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북유럽 스타일이다. 대사도 많지 않고 에피소드도 寡少한 편이다. 그럼에도 진중한 메시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것이 영화 롱 폴링의 매력이다. 

 

 

 

 

 

 

 

 

 

 


롱 폴링 (2012)

The Long Falling 
10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출연
욜랭드 모로, 피에르 무어, 에디스 스콥, 얀 하머넥커, 로렝 카펠뤼토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05 분 | 201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