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조조 황제의 반란 - 저 자리는 과연 내것일까

효준선생 2012. 10. 22. 00:25

 

 

 

 

 

 

 

  한 줄 소감 : 조조를 다시보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이 영화는 간웅이 아닌 불세출의 능력자가 가진 인간적 고뇌에 집중한다.

 

 

 

 

2세기 말엽 중국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 獻帝(묘호가 참으로 비참하다)가 황제의 자리에 있던 시절, 이미 유씨 왕조는 날이 저물고 새로운 해가 뜨기 전의 분위기였다. 挾天子領諸侯(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하다)였던 조조는 東漢의 수도 낙양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허도(지금의 하남성 허창)로 헌제를 데리고 온다. 가난한 시골에서 환관의 손자로 태어난 조조가 황건적의 난때 공을 세우며 관리로서 인정을 받고 승진을 거듭하고 동탁과의 결투와 환관, 외척들의 혼란기에 그는 권력을 잡기 위해서 무력만이 아닌 정치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신의 성가를 높여나갔다. 그는 칭제하던 원소와 이어 여포등을 제압하며 북방에선 최고의 전략가가 되었다. 비록 208년 적벽대전에서 오촉 연합군에게 패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조조는 자신의 근거지인 허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 계획에 몰두한다.


영화 조조 황제의 반란은 몇 년전에 본 적벽대전의 그 다음 이야기로 보인다. 시점이 얼추 들어 맞는다. 적벽대전이후 조조의 나이는 이미 53세였다. 평균 연령이 길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평생을 전장에서 뛰던 문무의 달인 그에겐 가장 큰 적은 유비나 손권이 아닌 바로 나이였을 것이다. 영화에서 조조를 맡은 주윤발의 이미지가 다소 늙어보이는 이유도 그래서 인 듯 싶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아직 그에겐 눈엣가시인 헌제가 버티고 있었다. 허수아비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황제는 황제다. 별이 네 개가 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며 주문처럼 외우는 장면도 결국 새로운 황제의 탄생은 하늘이 허락해야만 가능하다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과정이었다.


주요 테마는 바로 조조가 자기가 만든 허도의 동작대안에서 헌제를 폐위할 것인가?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고민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과정에서 조조라는, 그동안 우리의 인식속에 자리하던 간신이나 얍삽한 인물의 면모보다, 말그대로 중년의 권력자로서 그의 인간적 고뇌가 여러차례 보여졌다. 사실, 그의 힘이라면 고민의 원천인 허수아비 황제 정도는 단칼에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명분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또한 자신이 하늘의 명을 받은 황제 감인지도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 조조를 암살시키기 위해 훈련을 받아온 소년 소녀들이 조조 주변으로 몰려들고 그 중에 목순과 영저는 지근거리에서 자신들의 고약한 운명을 놓고 갈등한다.

이 영화는 중국 사극 영화에서 쉽게 보아왔던 무력으로써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을 포기하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 정립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목순과 영저는 가공의 인물이었지만 당시 시대 정황 상 암살자의 존재가 아주 없을 리 없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투 트랙으로 끌고 나간다.


황제의 자리를 고민하는 남자, 그 남자의 마음에 다가온 다른 의도를 지닌 여자, 그리고 그녀와 마음을 나눈 또 다른 남자. 이들의 운명은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하나로 통일해보고자 하는 욕심 앞에 점점 쇠약해지는 몸뚱이와 자신을 노리는 자객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 암살이라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수행하려고 하면서도 자신의 운명에 반기를 드는 두 청춘. 부제로 쓰인 황제의 반란이라는 말은 이들 앞에선 왠지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사서에 따르면 조조는 결국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그의 아들 조비때 와서야 헌제의 禪讓(자리를 내준다는 의미지만 실상은 빼앗은 것임)으로 위나라 초대 황제가 탄생한다. 살아 생전 조조의 고민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영화는 동작대라는 실존했던 공간을 배경을 하고 있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공간이지만 중국 영화계의 스케일에 따라 재현되었다. 화려한 미술작업과 대량의 인원이 투입되어 거대한 규모의 영화로 선보이는 이 영화. 지난 추석 시즌, 중국에서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와 박스오피스 1위를 놓고 경쟁했던 작품이다. 

 

 

 

 

 

 

 

 

 

 

 

 


조조 - 황제의 반란 (2012)

The Assassins 
7.3
감독
조림산
출연
주윤발, 유역비, 소유붕, 타마키 히로시, 오수파
정보
시대극 | 중국 | 107 분 | 201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