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바비 - 소녀의 미소 속에 감춰진 서글픈 진실

효준선생 2012. 10. 20. 00:37

 

 

 

 

 

 

  한 줄 소감 : 소녀들이여 눈물을 거두라  아직은 때가 아니란다

 

 

 

 

 

영화 바비는 윤리적 잣대로만 놓고 보면 있을 수 없는 결말을 적시해놓았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하고 있다니 사람 “人” 이 들어간 “倫” 은 그저 도덕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 영화의 소재는 입양이다. 잘 키울 수 없는 조건의 자식을 잘 키울 수 있는 가정으로 보내는 걸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결말을 알고 보면 도저히 그럴 수 없을 텐데 하는 심정이 들게 함으로써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만든다.


미국인 아빠와 바비라는 이름의 딸이 포항에 온다. 그런데 이 부녀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이들은 왜 낯선 나라 낯선 땅 까지 와서 보잘것 없는 집안의 여식을 데리고 가려는 걸까? 의구심은 영화 중반까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보잘 것 없는 집엔 두 명의 여자애가 있다. 첫째는 순영, 둘째는 순자 초등학교 고학년과 저학년 쯤으로 보이지만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정신지체 장애인이고 민박집을 운영하는 삼촌과 함께 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삼촌의 입매가 거세다. 나오는 건 욕이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어린 자매는 아버지로서 온전하지 못한 역할을 삼촌에게 기대는 수 밖에 없다. 이런 형편에 “미국 아빠”를 따라서 미국에 간다는 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탈출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셈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동남아의 어느 나라 사람을 보는 눈이 그러하듯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고 믿는 한국인들을 보는 아메리칸의 시선은 모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럽고, 위험한 나라. 그런데 왜 그런 나라에서 사는 아이를 입양하려는 걸까? 이미 딸이 둘이나 있다는데, 전화통화를 통해 영화의 궁금증은 서서히 풀려가고 그 추측이 맞아떨어갈 즈음이 되면 운명은 자매를 갈라놓기에 이른다.


이미 언급한 바대로 입양이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에 대해 영화는 과감한 선택을 한 셈이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보편적이지 않고 또 생명의 소중함을 그 어떤 가치보다 중히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들 자매를 둘러싼 씁쓸한 이야기는 가슴을 친다. 두 명의 아버지, 아픈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아버지와 자기가 성치 못한 몸이기에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아버지가 있다. 이상우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유난히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비록 주인공은 각각의 딸들이지만 사실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삼촌 역시 아버지의 반열이라고 생각하다면 그 역시도 아버지인 셈이다. 폭력이 아슬아슬한 수준에서 오락가락하고, 비열하다 못해 중간에 극중으로 뛰어들어가 그렇게 살지 말라고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 그, 비록 돈 때문일테지만 만약 자신의 친 자식이라도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자신이 원해서 미국에 가겠다고 한 이면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지지리 궁상으로 사느니 차라리 새로운 곳에서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어린 여자아이, 나이에 맞지 않는 화장을 하고 언니를 마치 동생으로 아는 그녀. 출국장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해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의 안녕을 빌고 싶었다. 그리고 능력이 안되면 아이를 낳아 키워서는 안되는 걸까? 아버지의 병환때문이라면 사회가 안고 갈 부담이 되어서는 안되는 걸까 복지의 도움이 그리도 어려운 것인지 되묻고 싶어졌다. 현재 또래 아역배우들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새론양과 그녀의 친동생 김아론이 무척이나 어려운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바비 (2012)

Barbie 
9.2
감독
이상우
출연
이천희, 김새론, 김아론, 조용석, 캣 테보
정보
드라마 | 한국 | 98 분 | 2012-10-25